오늘의 우리 사회는 각종 조사와 통계의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여론은 물론이고 각종 사회지표가 간단없이 조사되어 통계로 잡히고 있는 것이다.구체적으로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95 인구주택조사」결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추세를 보여주고 있어 단순한 흥미거리로서가 아니라 진지한 관심의 대상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5년마다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여 국민 전수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유일한 조사인 인구주택조사는 그 결과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유용하게 쓰이고 정책결정의 기초자료로 이용될 때 그 의미가 살아나게 된다.
95년 조사의 결과를 통해서 본 우리 사회의 모습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구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소가족화, 핵가족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대가족제라고 불리는 3세대 이상 가족의 비율은 지난 5년 사이에 12.5%에서 10.1%로 뚜렷이 감소하였다. 반면 부부만으로 구성된 가구는 동 기간에 크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부부들이 자녀 출산을 지연시키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핵가족화의 심화 못지않게 중요한 변화는 혼자 사는 사람들, 즉 단독가구의 급증이다. 단독가구의 증가를 가져온 요인으로는 일반적인 만혼의 추세로 인한 20∼30대 독신자 비율의 증가,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의 확대, 이혼인구의 증가, 그리고 농어촌의 혼자 사는 노인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가구구조의 소규모화는 우리의 전반적인 생활양식에 대한 가치와 태도도 역시 변화해 가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한국인들의 생활양식이 변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사회의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주택구매 형태를 볼 때, 전반적인 소형 아파트의 미분양사태 속에서도 변화하는 가족구조를 반영하여 방의 수가 적은 대신 거실 등의 공동사용 공간을 상대적으로 넓힌 구조를 적용한 몇몇 회사의 상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주택구조에 대한 기호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의 유형도 변화하였다. 일에 대한 헌신을 요구하는 직업보다는 다소 경제적 보수가 적어도 자신이 시간과 일의 양을 조정할 수 있는 직업을 더 선호하고 있다. 남녀 공히 직장과 가족생활을 원만히 병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직업조건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인구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사회내의 다른 부문에서의 변화를 요구한다. 변화하는 현대 한국인들의 자기 삶에 대한 기호와 요구를 사회는 민감하게 파악하고 여기에 알맞은 사회적, 경제적, 정책적 대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흔히 논의되고 있는 고효율 지향의 사회를 가꾸어 나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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