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의 종합생활기록부(종생부)제도가 교육현장에서 정말로 난감한 딜레마를 빚어내고 있다. 지난 학기부터 도입된 종생부제도의 시행착오와 그 엄청난 부작용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종생부는 상급학교 진학전형자료로서 기능을 다하기 어렵게 됐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교육부가 지난달에 개선방안으로 제시한 「1백등급화」평가방식은 교육현장에서 평가기록상의 일대혼란과 불이익을 당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데서 교육부가 또다시 평가기록방식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에도 별다른 이의가 없다.
종생부의 기본기능은 학적의 근거기록과 재학·졸업 및 성적증명의 근거가 되는 관리적 기능과 학생의 이해와 지도자료로서의 교육적 기능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갖는 종생부가 지향하는 목표는 초·중·고교교육을 지식편중에서 전인교육으로 전환하고 평가기록방식을 수량화에서 문장기술 방식으로 바꾸며 기준참조평가(상대평가)에서 준거 참조평가(절대평가)를 해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었다.
또 과거 내신제처럼 학교가 입시학원으로 전락하는 학교교육의 파행을 방지하고 학교의 학생관리를 도와주기 위한 도구로 쓰기 위해 상급학교 전형자료의 기능을 부여했던 것이다.
이같은 기능을 가진 종생부가 제기능을 할 수 있으려면 학생들의 성적과 활동을 종합평가하고 기록하는 일선교사들의 평가기능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필요충족조건이 대전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남을 평가하는데 사적감정이 개입하지 않는 객관적 평가주의가 정착된 사회에서나 성공할 수 있는 제도가 종생부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처럼 절대평가제를 허용하자마자 학교시험문제 자체를 쉽게 출제해 자기학교 학생들의 상급학교진학을 유리하게 하려는 학교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풍토에선 종생부제도는 학교성적불신과 학교교육 퇴보를 자초할 위험소지마저 있다. 더욱이 그처럼 믿을 수 없는 종생부성적을 고교와 대학진학의 전형자료로 쓴다는 것은 입시의 공정성과 공평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요인마저 있는 것이다.
종생부의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결코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신뢰도를 상실한 종생부를 당장 코앞에 닥친 내년도 고교 및 대학입시의 전형자료로 쓰겠다는 당초의 무리한 계획을 중단하는 결단이 먼저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할 수밖에 없다. 종생부의 개선안 강구는 그 다음의 일일 것이다.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평가와 기록을 담당할 일선교사들에게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어 줄 의식개혁 차원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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