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상관에 불리한 진술 “괴롭지만 진실규명”/총선전 검찰조사땐 호텔이용 배려받기도22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23차 공판에서는 핵심증인인 보안사 전정보처장 권정달씨의 증언에 시선이 집중됐다.
권씨는 80년 당시 보안사핵심요직인사중 유일하게 기소되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권력의 핵이었던 보안사 정보처장으로 시국수습방안 국보위설치 헌법개정안 민정당창당계획 등 신군부의 집권과정에서 중요한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이같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권씨가 기소되지 않은 배경에는 검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법조계주변의 관측이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검찰은 지난 1월 4·11총선을 앞둔 권씨의 입장을 고려, 검찰청사가 아닌 호텔에서 조사하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증언석에 선 권씨는 『80년 5월초 전씨로부터 시국수습방안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받고 비상계엄전국확대 등 6개방안을 만들었다』며 『5월4일을 전후해 유학성 황영시 노태우 차규헌 정호용 장군 등을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만나 시국수습방안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고 말해 전씨를 비롯한 신군부측 피고인들의 표정을 굳게 했다.
권씨는 특히 『시국수습방안이 결과적으로 신군부가 정국을 장악하고 집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해 검찰의 공소사실과 같은 요지의 진술을 계속했다.
권씨는 언론검열과 언론통폐합 등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의 진술을 무색하게 했다.
신군부측인사들은 변호인반대신문 등을 통해 『언론대책반을 만들고 언론검열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사람은 권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씨는 『전씨는 보도지침을 결재하면서 지침위반언론사는 계엄사보도처에서 폐간조치하라는 취지로 「위반시 보도처폐간」이라고 직접 적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권씨의 증언이 끝나자 허화평 정호용 피고인 등은 이같은 권씨의 「배신행위」에 분개한 듯 반대신문에 나섰다. 허 피고인은 『증인이 82년 민정당 사무총장에서 쫓겨나고 공천에서 탈락하자 이같은 증언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권씨의 증언의도를 물고 늘어졌다. 정피고인은 『보안사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을 주도한 증인은 증인석이 아닌 피고인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힐난했다.
권씨는 옛상관과 동료들의 비난이 집중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인간적으로 괴롭지만 진실을 밝히고 사법부와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증언대를 내려왔다.<송용회 기자>송용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