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추구·영웅만들기 차분하게 처리/개봉 1주만에 100억 수입 흥행회오리걸프전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극영화 「포화 속의 용기(Courage Under Fire)」가 비평가들의 호평속에 흥행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수효과가 판을 치는 공허한 초대형 여름 영화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선을 보인 이 전쟁드라마는 12일 개봉돼 첫주말 동안 모두 1,250만달러(한화 약 100억원)의 수입을 올리며 흥행 3위를 기록했다.
89년 「영광(Glory)」에서 함께 일한 흑인배우 덴젤 워싱턴과 감독 에드워드 즈윅이 다시 손잡고 만든 작품으로 차분하고 견실한 수준높은 영화이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걸프전의 진실 추구와 영웅만들기라는 주제를 일종의 서스펜스 드라마식으로 엮어가고 있다.
설링중령(덴젤 워싱턴 분)은 기갑부대 지휘관으로 걸프전에서 오인포격명령을 내려 아군을 희생시킨 뒤 워싱턴으로 소환돼 서류정리나 하고 있는 처지이다. 가책으로 알코올에 의지하며 가족도 멀리하는 설링에게 임무가 떨어진다. 부상자 후송용 헬기조종사로 작전 중 전사한 여군대위 월든(멕 라이언 분)에게 의회가 훈장을 수여하기 전 월든의 영웅적 행위를 공식 확인하는 일이다.
그런데 설링은 부하들이 말하는 월든에 대한 평가가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는 지시를 무시하고 월든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의 정체를 집요하게 파고들어간다. 이같은 설정은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흑택명)의 걸작 「라쇼몽(나생문)」의 플롯을 연상케한다.
설링의 상관이 코가 석자나 빠진 설링에게 일을 맡긴 것은 얼렁뚱땅 보고서를 작성, 군최초의 여성영웅을 탄생시키자는 뜻에서였다. 그러나 설링이 끝까지 진실을 찾아가면서 「영웅만들기」에 차질이 생긴다. 월든은 과연 영웅인가 아니면 비겁자인가.
심각하고 품위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감독의 자의식이 과다노출돼 「척하는」 분위기가 내비친다.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엮어나가 멜로드라마가 된 것도 결점이고 멕 라이언은 미스 캐스팅.
그러나 덴젤 워싱턴의 자제하는 스타일의 힘있고 카리스마 있는 연기는 보기 좋다. 그와 함께 월든의 부하 역을 맡은 루 다이아몬드 필립스의 연기도 훌륭해서 둘다 내년 오스카 주·조연상 후보감이라는 평가이다.<박흥진 미주본사 편집위원>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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