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명지대 신청 교육부 9월 결정 앞두고/“역사·이론·실전대국 연구 등 학문으로 충분한 가치”/“교수진 확보 등 난제 연구생 「전문대 수준」 개선 바람직”바둑학과 설립은 타당한가. 바둑학과에서는 과연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최근 바둑특기생 특례입학제 도입(경기대)에 이어 교육부에 바둑학과를 만들겠다고 정식신청한 대학(명지대)까지 생겨나자 「학문으로서의 바둑」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요즘 PC통신의 바둑여론광장 코너에서는 바둑학과 신설을 둘러싼 난상토론이 한창이다. 한국기원이 이달초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의 네티즌들에게 이 주제에 관한 의견을 물으면서 불붙기 시작한 논쟁은 바둑과 학문의 연관성을 주제로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하이텔 사용자인 이종수씨는 「바둑학과 설치에 관한 소견」이라는 글에서 『학문이란 인류의 사고 경험등을 체계적으로 축적·정리, 이론화하여 인류의 진화·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보다 나은 바둑이론은 보다 나은 바둑정석을 생성·변화시키고 보다 나은 기보를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바둑도 하나의 학문으로 연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둑학과가 생긴다면 이론과 정석, 실전대국과 기보연구, 바둑역사와 역대 기보 탐구, 바둑의 인류사적 의미, 국가별·지역별 바둑특성과 기사탐구, 국가별 바둑정책과 사회통념 연구, 바둑가문 탐구, 바둑교육이론등을 전공과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형선씨는 천리안에 띄운 글에서 『바둑은 면면이 이어져온 고급문화이지만 아직도 단순한 잡기로 치부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바둑판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변화도와 정석은 연구가치가 무한할 뿐 아니라 어느 체육종목보다 학문과의 연계성이 강하므로 당연히 교육을 통해 맥을 이어야 한다』고 바둑학과 설립을 지지했다.
시기상조론 내지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하이텔 사용자인 정제능씨는 『대내외적으로 높아진 우리 바둑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주먹구구식 정석연구를 뛰어 넘을 필요성이 있지만, 일반대학의 바둑학과 설립이라는 결과로 귀착된다면 문제만 양산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첫째, 대학들이 세분된 학과제를 학부제로 통합하려는 노력이 한창인데 바둑학과가 생긴다면 학교의 재정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학과가 퇴보할 수 밖에 없으며 둘째, 바둑학과를 설립해 특기생제도를 도입, 운영할 경우 대학입학을 위한 편의적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셋째, 이론과 실력을 겸비한 교수진의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점등을 들어 바둑학과 설립이 현실성이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한국기원의 바둑연구생제도를 「전문대학」수준으로 대폭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9월중 바둑학과 설립에 대한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 대학에 통보할 방침이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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