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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총리 체르노미르딘 조각 밑그림 “아직 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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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총리 체르노미르딘 조각 밑그림 “아직 백지”

입력
199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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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의도­크렘린 권력구조 조화 애로/논공행상 요구에 일부자리 경합 치열/대선 2주 지나도록 무성한 하마평만「시지프스」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새 정부 조각권을 위임받은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처지를 한 러시아 신문은 이렇게 비꼬았다. 외부입김때문에 새 정부의 그림을 그렸다 지우고 각료명단을 작성했다가 고치기를 거듭하는 모습이 무거운 바위를 정상에 밀어 올리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옐친은 당초 그에게 조각권을 위임하면서 2주일내에 새정부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주일이 지나도록 무수한 하마평만 나돌고 있을 뿐이다.

그의 고민은 옐친 대통령의 집권 2기 운영지침을 크렘린 안팎의 권력구조와 조화시키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옐친은 각 분야 전문가들로 실무형 정부를 구성하도록 했지만 정치현실은 그렇지 않다. 옐친 재선의 1등 공신들이 저마다 논공행상을 요구하고 있고 기존 이너서클(권부핵심)의 목소리도 줄어들지 않았다. 2인자를 노리고 있는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의 입김도 만만치 않다.

체르노미르딘은 자신의 정치생명도 고려해야할 처지다. 총리인준 권한을 가진 의회는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는데다 몇몇 정파가 연정 구성시 일정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자칫 그 자신이 인준을 받지 못하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예고르 가이다르 전 총리대행은 92년 의회의 반대로 끝내 대행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었다.

특히 경제담당 제1부총리 등 일부 요직은 각 파벌간에 경합이 치열하다. 민주진영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는 연정을 구성할 경우 제1부총리직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통령 경제담당 보좌관 알렉산데르 리프쉬트와 레베드 측에서도 그 자리를 노리고 있어 조정작업이 수월치 않다.

옐친의 심중을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옐친은 대선 1등 공신 아나톨리 추바이스를 행정실장에 앉혀 크렘린을 총괄케 했으나 새 국방장관에는 레베드계 인물인 이고르 로디오노프 장군을 발탁했다. 파벌간 견제와 균형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옐친의 후계자를 노리는 체르노미르딘은 지금 정치력을 호되게 시험받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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