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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과 매직(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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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과 매직(천자춘추)

입력
1996.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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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장희빈은 민비의 화상에 활을 쏘거나 민비를 상징하는 지푸라기 인형에 바늘을 찔러서 그 신변에 해가 미치도록 기원한다. 이와 유사하게 고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는 창에 급소를 찔린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원시인들은 사냥해야 할 동물을 그려놓고 급소를 공격한 후 사냥에 나섰다.우리 집에 배달되는 우편물의 대부분은 각종 전시회의 팸플릿과 미술정보지 등이다. 그 배달물에 실린 작품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기발하고 특이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스캔들을 바라는 애교있는 작품들도 상당수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해온 나도 그들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작품세계 앞에서는 몹시 당황스럽다. 나는 반사적으로 내 자신과 작품을 돌아보면서 고민에 빠진다. 수많은 경향을 전부 수용하는 넓은 바다로 나가느냐, 아니면 좁고 깊은 우물을 파느냐의 갈 등이 「편협」 「경직」 「현대성」 등의 말들과 맞물리면서 다가온다. 매일 한 두번씩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똑같은 작품을 복제하고 있지는 않는가 등의 의문이 든다. 또는 첨단과학과 정보체계가 판치는 영상시대에 캔버스를 붙들고 의미없는 일에 시간낭비하지는 않는 것인지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현대미술은 왕성한 소화력을 앞세워 미술의 제도 하에서 작가들에게 많은 자유를 주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나처럼 소질없는 화가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가 있으니 김홍도나 렘브란트가 살아 있다면 개탄하며 웃을 일이다. 지금은 팝아트, 설치미술, 개념미술, 컴퓨터아트, 행위미술 등 어느 하나라도 취향에 맞으면 검증없이도 미술의 제도 하에서 마음대로 토해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자유는 매직을 버리고 얻은 것이다. 현대미술에는 고대미술이나 인디언미술 등에서 볼 수 있는 신성한 그 무엇이 없다. 과거에는 작가가 경건한 태도로 작품을 구상하고 금기와 절제를 통해 작품을 완성했는데 현대에는 어떠한가?

작가의 혼이 담겨 있고 우리에게 존재와 삶의 방향을 가르쳐주고 있는가? 현대미술이 자유로움을 얻은 대신 매직을 잃었다는 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권여현 화가·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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