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첨단 정보통신산업의 새로운 기지로 부상할 것인가. 통신공룡들의 밥이 될 것인가. 최근 국내외에서 잇달아 열리고 있는 통신협상은 경제전쟁의 한 서막이다.국내 통신시장을 개방하라는 「통신제국」 미국의 압력은 불안한 그림자를 던지며 나날이 조여들고 있다. 유럽연합(EU)등의 압력도 만만찮다. 지금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에서도 그럴 것이다.
미국은 냉전시대의 안보산물인, 아메리카니즘을 추종해온 한국 일본 대만등「우방」을 각별히 지원해왔다. 특히 국가간 이해가 미묘하게 얽힌 국제협상무대에서 앞장서 한국의 보호막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다. 세상이 변했다. 통신 등 시장개방을 둘러싼 주요 협상에서 지금 한국을 가장 괴롭히는 존재는 미국이다. 가히 위협적이다.
98년이면 전면개방이 된다는 데도, 미국은 틈을 주지않고 집요한 공세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엔 미키 캔터 상무장관이 방한해 압력을 넣고 갔다. 한국이 통신장비 구입시 국산품을 우선 구매하지 말고 미국산을 사라는 것이 그들의 1차적 요구다. 7월 들어서는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한국을 곧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세상이 19세기 「전함외교」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은 정보통신분야에서 급성장해가는 한국이 개인휴대통신등 멀티미디어 통신기기의 황금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최근 신규 통신사업자를 선정한 한국이 국내 경쟁력을 키워 외국의 시장진출기회를 줄일 틈을 주지않고 미리 파고들어 서비스진출의 기회까지 엿보자는 속셈이다.
멀잖아 개방의 도미노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첨단 정보통신시장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테크노 헤게모니」는 그 일부일 뿐이다. 농산물개방 파고에 대비한 최대 전략작물이라는 인삼도 이젠 미국이 가장 많이 재배해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고 우리는 수출 4위로 전락했다. 인삼까지 밀려들어올 판이다.
전면개방에 대비하는 시간은 사실상 1년밖에 안남았다. 미국의 달라진 얼굴은 우리에게는 자성의 교훈이다. 빨리 생존의 자생력을 키워 새로운 경제전쟁에 대비해야한다는 우회적 교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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