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 확립차원 방치못해”/내부거래규제 등 수위에 관심재벌언론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재벌언론의 병폐에 공감대를 표시,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재벌의 언론소유는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소속 언론사와 계열사간 각종 불공정 내부거래를 엄중 차단키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재벌 계열사간 자금·자산거래를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상정, 광고·임대료를 과다책정하는 수법으로 재벌이 계열사를 통해 소속언론사를 밀어주는 행위를 강력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벌언론의 폐해와 규제방법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재벌언론에 의해 주도된 신문사간 부수확장경쟁이 단순한 시장점유율 확보차원을 넘어 「흙탕물싸움」으로 비화되는 과정에서도 정부는 대언론관계의 미묘함 때문에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나 경쟁이 「규칙도 윤리도 없는 싸움」으로 치닫고 마침내 끔직한 살인사건으로까지 이어지자 정부도 이젠 『경제질서확립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재벌언론의 최대피해자는 정부 자신이었다. 주요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경기상황과 관련된 정책을 세울 때마다, 정부는 언론을 앞세운 특정재벌의 등살에 시달려왔다. 국민적 반재벌정서에도 불구, 정부가 그동안 친재벌적 정책을 펼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재벌언론의 무가지·고액경품살포로 비재벌언론사의 상업적 손실도 컸고 신문이란 위력있는 홍보무기를 갖지 못한 비언론소유기업이 『우리도 신문이 있었으면…』이라고 탄식할 만큼 피해의식도 컸지만 재벌언론의 최대희생자는 마음놓고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없는 정부, 그리고 제대로 된 정책의 과실을 향유할수 없었던 국민들이었다.
이 점에서 정부 고위당국자가 재벌의 언론소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재벌언론을 지탱하는 부당내부거래 규제강화방침을 밝힌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현재 신문사간 과당경쟁에 대해 일부 「양비론」적 시각도 있지만 ▲과당경쟁을 주도한 측과 마지못해 끌려간 측 ▲시장질서를 더 어지럽힌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구분해야 한다는게 일반적 여론이다. 그리고 정부도 이같은 「시비경중론」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선 재벌의 언론소유자체를 손댈 방법은 없고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올 공정거래법 개정때 계열사간 내부거래범위에 자산·자금이동을 포함시킴으로써 재벌이 소속언론사에게 ▲엄청난 물량의 광고를 턱없이 비싼 가격에 대주거나 ▲건물임대료등을 과다책정하는 「간접지원」을 강력히 단속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재벌구조의 버팀목인 부당내부거래 규제강화를 통해 재벌언론의 병폐기반을 해소하겠다는, 나아가 경제력집중완화를 위한 공정거래정책을 통해 재벌의 언론소유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집중」문제도 함께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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