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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생산과 판매(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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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생산과 판매(장명수 칼럼)

입력
1996.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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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판매 경쟁이 과열되어 살인이라는 끔찍한 불상사가 일어났고, 「야만적인 신문 판매 경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과당경쟁을 주도해 온 재벌계열 신문의 판매사원이 타사의 판매사원을 칼로 찔러 죽였다는 점에서 재벌의 언론소유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재벌의 언론 소유에 대한 비판은 재벌이 자본을 쏟아부어 언론을 키우고, 그렇게 키운 언론의 힘을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게 된다는 이론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런 사태가 오면 언론시장 전체가 교란되고, 그 언론은 재벌의 시녀로 전락하여 공정성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선진국들이 법적 규제나 사회적 관행으로 대기업의 언론 소유를 막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비판정신을 유보함으로써 삼십여년의 군사독재아래 생존해 왔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물리적 억압만 풀리면 언론의 기능은 저절로 살아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의심없이 믿었다. 그러나 기대는 빗나갔다. 가장 중요한 정신이 죽었던 긴 세월동안 언론의 기능은 골고루 약화됐고, 도덕성이나 사명감 역시 과거와 단절될 수 없었다. 군사정부가 물러간후 언론은 자유를 회복했으나, 그 엄청난 영향력에 걸맞은 정신과 기능을 회복하는데는 미흡했다.

이처럼 내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각 신문들은 상업주의적 물량경쟁에 휘말리게 됐고, 재벌의 막강한 자본력이 적자생존의 무자비한 경쟁을 부채질했다. 언론의 윤리가 뿌리내리기도 전에 자본의 논리가 언론시장을 지배하게 됐다. 신문기업은 장사고 신문은 상품이다, 신문은 빵이나 사탕처럼 맛있게 만들어서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한다, 시장 개척에 생사를 걸고 하루 빨리 경쟁사를 제압하라는 명령이 언론시장을 강타했다.

100만부 팔리는 신문은 군소지다, 200만부도 2류지밖에 안된다, 300만부를 뿌려라, 최대부수를 찍어야 최대신문이 된다는 식의 논리가 경쟁을 주도했다. 신문의 생산과 판매는 다른 상품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신문 판매조직에 폭력조직을 불러들였다. 언론의 정신과 도덕성을 망각한채 상업주의에 휘말린 한국 신문의 오늘은 이처럼 혼란스럽다.

우리가 재벌의 언론소유에 반대하는 것은 언론이 권력이나 자본으로 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명분 이전에 신문의 생산과 판매가 단순 상품과 같을 수 없다는 절박한 이유에서다. 50만부나 100만부라면 품질로 승부하여 얼마든지 한국 최고의 신문이 될 수 있는 부수라는 자각, 신문은 생산도 판매도 일반 상품과 같을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라는 자각이야말로 「야만스런 신문판매 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살인사건은 우발적이었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신문을 모독하는 신문판매의 결과였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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