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위원 선임 자랑커녕 자숙할판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 선임이 반도체 경기침체등으로 위축됐던 그룹분위기를 바꿔놓을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최근 중앙일보 지국직원의 살인사건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94년 103차 파리총회때부터 이회장의 IOC위원 선임을 추진, 3수끝에 뜻을 이룬 삼성은 당초 이회장의 IOC위원 선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자랑은 커녕 오히려 자숙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때문에 이번 기회에 중앙일보를 완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두명뿐인 IOC위원을 삼성그룹이 배출한 만큼 임직원들의 자긍심도 대단하다』며 『잔치라도 벌여야 할 판에 중앙일보 사건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번 총회에서도 이회장이 IOC위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다 제외됐던 경험에 비춰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진행과정을 가급적 알리지 않았던 터여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는 후문이다.
특히 스포츠부문에서는 숙명적인 라이벌인 현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왔던 삼성은 이회장의 IOC위원 선임을 역전의 계기로 삼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번 월드컵 유치활동 당시에는 삼성이 IOC위원 선임문제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 아니냐는 오해마저 받아왔던 터여서 이를 불식시키겠다고 별러 왔었다.
때문에 삼성은 이회장의 IOC위원 피선을 위해 지난달부터 그룹차원의 해외홍보를 대폭 강화하는등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150만달러를 들여 올림픽이 열리는 애틀랜타시에 삼성엑스포전시관을 개관하고 올림픽기간에 CNN을 통해 그룹 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기로 하는 등 해외에서 다각도로 그룹 위상을 알리는데 주력해 왔던 것. 특히 현지에 현명관 비서실장을 포함해 그룹 비서실의 핵심멤버를 파견,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이회장이 어렵게 위원에 선임됐음에도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결정이후 현대가 대대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점에 비춰 그 의미만큼도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룹 비서실직원들은 크게 안타까워하고 있다.
물론 한 고위관계자는 『IOC위원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명예직』이라며 『이회장의 국제 체육계의 활동을 통해 그룹이 도움받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그룹과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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