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문연국회 또 파행 예고□양측의 입장들
야 “회담 앞두고 총재 공격하다니” 격분
여 “야측서 먼저 김 대통령 무차별 난타”
야,애당초 영수회담 제의 자체 떨떠름
“야 공조깨기 속셈” 김종필 총재 더 강경
여야는 17일 신한국당 이신범 의원의 야당총재비난발언으로 촉발된 정국경색에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은 이의원발언에 대한 사과없이는 영수회담에 응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신한국당측도 사과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거듭 분명히 했다.
결국 18일과 19일로 일정이 잡혔던 여야개별영수회담은 사실상 물건너간 형국이다. 여야총무라인에서 미약한 원상회복노력이 감지되고 있으나 대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한달간의 파행 끝에 간신히 회복됐던 대화와 타협정치분위기가 하찮은 감정격돌로 어이없게도 물거품이 된 것이다.
파경의 직접원인은 이의원의 「대야당질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은 이의원의 두 김총재비난 발언내용도 문제지만 정부를 상대로 정책수행의 잘잘못을 추궁하는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총재를 공격했다는 형식문제를 더욱 따진다.
여야총무합의 사항인 이홍구 신한국당대표의 야당총재 방문이 파행정국사과라는 핵심이 빠진 「부실방문」에 그쳤던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당도 할말이 많다. 야당측은 국회정당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을 무제한으로 난타해놓고 야당총재를 비판한 발언을 물고늘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여야가 국회의 본회의장에서 절제없이 휘두른 언어의 폭력이 영수회담을 좌초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영수회담무산배경의 전부는 아니다. 김대중·김종필 총재는 청와대측의 갑작스런 영수회담제의를 의아해했다. 두사람의 「콘크리트공조」를 깨려는 저의가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도 나타냈다. 내키지 않지만 대화정치의 명분상 마지못해 영수회담에 응한다는 태도였다. 그러던차에 이의원 발언파문이 일어나자 『잘됐다』며 영수회담거부명분으로 활용한 느낌이 없지않다.
또 여권이 소장의원들의 국회발언 등을 통해 계속 자신들을 흠집내려는 시도를 원천봉쇄할 필요가 있다는데 양김총재가 의기투합한 측면도 있는 것같다.
이 과정에서 김종필 총재가 영수회담거부에 더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나름대로 상황분석을 통해 이번 영수회담제의 의도가 야권공조깨기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거기에다 이의원이 중앙정보부창설문제를 건드려 감정을 크게 상하게 한 것이 김총재의 강경대응을 부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않다.
영수회담무산파동으로 인한 3김씨의 득실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야권의 두김총재는 자신들의 「과거」거론으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를 영수회담거부로 몰고가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손실을 일부 만회했다. 여권은 양김총재의 흠집내기 측면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김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제안한 영수회담이 무산된 것이 달가울리 없다. 일부에서는 영수회담무산을 권력누수의 또다른 표현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김대통령이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무언가를 도모하려고 했다면 회담무산에 상당한 아쉬움을 느꼈을 법도 하다.
영수회담무산이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않다. 당장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현안을 풀어가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여야합의사항인 제도개선특위와 4·11총선공정성국정조사특위 활동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멀게는 올 정기국회와 내년 대선정국까지도 만만치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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