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지원속 경쟁사 헐뜯기 까지/계열사 임직원엔 신문판촉 강요재벌신문의 경제적 폐해가 위험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정 재벌이 그룹 계열사인 언론사를 앞세워 재벌정책 등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호도하는가 하면 경쟁그룹 흠집내기에도 나서고 있다. 또 계열 언론사에 대한 무분별한 자금지원으로 선의의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기도 하다. 재벌신문은 모그룹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고 모그룹은 계열언론사의 영향력확대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편법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를 운영하는 재벌그룹의 자금지원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자금지원방법은 광고몰아주기. 그룹의 주요 계열사별로 연간 광고지원액을 할당, 광고효과에 관계없이 차별적으로 광고를 싣고 있다. 광고단가가 싼 지면에도 최고의 광고단가(경쟁사 1면광고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타 계열사의 자금을 편법적으로 이전시키고 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S전자가 올 상반기에 그룹계열 언론사에 게재한 광고물량은 경쟁신문사보다 2∼3배 많고 광고액수는 더 큰 차이가 날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의 불공정 내부거래이지만 재벌신문에는 관행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계열언론사 소유의 빌딩에 계열기업을 입주케 해 고액의 임대료를 내게하는 것도 자금지원의 한 방법이다. 윤전기등 신문사 운영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를 그룹계열사가 구입, 헐값에 대여하기도 한다. 신문용지구입 등 신문원재료 조달에 있어서도 계열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몇몇 그룹의 경우 계열 언론사에 지원하는 실질적인 자금규모가 연간 1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출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벌그룹으로서는 신문경영에서 얻는 무형의 이익을 고려할 때 이정도의 지원액은 큰 부담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언론은 신문판촉도 모그룹을 활용하고 있다. 언론사를 보유한 재벌그룹들은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사 신문의 독자를 일정량 확보토록 의무화하는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벌이고 있다. 특히 그룹계열사에 물품이나 서비스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에도 자사 신문의 확장을 강요, 물의를 빚기도 하는 실정이다.
재벌신문은 이처럼 모그룹으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는 대신 모그룹의 선전도구 역할을 하는등 모그룹의 이익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가전 자동차 금융 건설등 주요 업종에서 경쟁업체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고 공기업민영화 국책사업등에까지 모그룹의 이익과 관련된 일이라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최근 개인휴대통신(PCS)신규사업자 선정을 놓고 주요 그룹들이 각축전을 벌일 때 재벌신문의 논조가 문제된게 가장 대표적인 예다. 재벌신문의 편파성이 재계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벌신문은 또 모그룹의 대정치권 및 관계 로비나 정보수집을 하는 창구역할도 하고 있다.
재계에 「신문없는 재벌은 서럽다」 「신문있는 재벌과 신문없는 재벌과는 공정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도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재벌신문은 정부가 재벌개혁을 추진할 때마다 이를 호도하는 여론을 확산시키는데 앞장, 경제정책까지 왜곡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백만 기자>이백만>
□「재벌의 언론소유」 한국만의 특수상황/외국의 경우
◎유럽/「반독점금지법」 등 원천봉쇄/유력지 모두 순수언론자본
상품시장 지배력을 지닌 재벌 혹은 대기업의 신문산업 참여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위협한다는 견지에서 법률 혹은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둔 관행에 따라 금지·규제해 온 것이 선진국의 전반적 추세이다.
유럽에서는 신문·방송 등 다매체를 소유한 「언론 재벌」은 있어도 재벌이 언론사를 소유한 「재벌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 각국들은 유·무형의 규제로 재벌의 언론 참여를 막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독일이다. 반독점금지법을 엄격히 적용, 대기업의 언론사업 참여를 철저히 제한하는 것은 물론 각 신문과 방송매체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재벌 언론의 폐해와 함께 사회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사의 비대화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프랑스와 영국도 순수 언론 자본에 의해 운영하는 매체가 독자의 꾸준한 신망을 얻고 있다.
프랑스의 정론지를 자임하는 르몽드와 르 피가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디펜던트, 가디언 등 유력 신문은 모두 순수 언론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 신문들은 한결같이 보도의 공정성과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대기업 자본의 언론침투에 맞서 왔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일본/“자본 힘으로부터 언론 자유”/사회적 합의가 발 못붙이게
일본에는 대기업이 직접 신문을 발행하거나 대기업 자본이 신문사에 침투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요미우리(독매), 아사히(조일)신문사 등 주요 종합일간지 발행사는 모두 신문사업 외길을 걸어 온 회사들이고 그것이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라고 자랑하고 있다.
공영방송 NHK 관련법률을 제외하고 언론에 관한 별도의 규제 법률이 없어 이론상으로는 대기업이 언론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역사와 전통, 신문은 정치권력이나 특정 자본의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대기업의 신문사 설립이나 언론사업 진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해 왔다.
미디어시장개방,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한 경쟁력강화 방침에 따라 방송사에 대한 외국언론사와 컴퓨터회사 등의 자본참여가 시작됐으나 「마지막 정론」을 추구하는 신문에까지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다.<도쿄=신윤석 특파원>도쿄=신윤석>
◎미국/디즈니서 ABC 인수하자/편파보도 눈에 띄어 큰 우려
거대기업의 언론소유에 대한 우려는 미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자유경쟁과 시장경제의 기본원리가 언론사 경영에도 적용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기업이 소유한 언론사들이 보도의 공정성에 있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발생할 때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지난해 8월 디즈니사와 웨스팅하우스사가 미국의 대표적 TV 방송사 ABC와 CBS를 하루 간격으로 각각 인수했을 때 이같은 우려가 단적으로 표출됐었다.
실제로 디즈니에 인수합병된 뒤 ABC의 디즈니사 관련 보도 편성이 눈에 띄게 편파적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뉴스 프로그램은 물론 유수 토크쇼 등 일반 프로그램에서 디즈니사를 부쩍 많이 다루거나 부자연스럽게 부각한 사례를 일일이 예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업의 언론소유가 초래한 상업주의가 미국 언론에 대한 냉소주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최근 뜻있는 논객들의 단골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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