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아비뇽은 지금 클라이맥스”/밤을 잊은 500여편 공연에 6만관객 몰려/거리마다 넘치는 피에로·악사·퍼포먼스「아비뇽다리는 끊어졌지만 아비뇽에서 세계 각국으로 수많은 다리가 이어진다」 프랑스의 세계적 공연예술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이 지난 9일 개막됐다. 아비뇽시를 끼고 흐르는 론강의 성 베네제 다리(일명 아비뇽다리)는 13세기 홍수로 중간이 끊긴채 남아 있지만 아비뇽에선 연극을 다리삼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가 만나고 있다. 9일 밤 10시 아비뇽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옛교황청의 안마당 야외무대에서 「에드워드 Ⅱ」의 개막팡파르와 함께 50회째 페스티벌이 시작되면서 유서깊은 고딕양식의 건물로 이루어진 중세의 성곽도시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주공연장인 교황청 야외무대, 수도원과 학교의 안마당, 절벽, 호텔등에 마련된 공연장 90여 군데에서 상오 10시부터 새벽 1∼2시까지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조직위(위원장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돼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IN」공연 43편과 자유로 참가하는 「OFF」공연 482편은 예년의 공연규모(IN 30∼35편, OFF 300여편)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표지판과 가로등, 성벽등 공간이 있는 곳이면 모두 포스터가 나붙었고 교황청에서 역으로 뻗어 있는 중심도로는 각종 퍼포먼스의 무대가 됐다. 마녀 경찰 동물 우주인차림의 배우들이 공연 홍보를 하고 거리의 악사들은 재즈와 포크에서 이름모를 전통악기까지 흥겹게 연주한다.
개막공연 「에드워드 Ⅱ」는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의 영국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우의 작품. 47년 첫 페스티벌에선 같은 장소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Ⅱ」가 장 빌라에 의해 올려졌다. 2,250석의 객석 며칠분이 개막 전 이미 매진되고 관객들은 휴식시간도 없이 새벽 1시까지 담요를 뒤집어 쓴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극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는 밤과 낮이 없다.
이밖에 아프리카 흑인배우 250여명과 백인연출자 자크 니셰가 함께 하는 「크리스토프왕의 비극」(애메 세재르 작·20∼25일), 하이네 뮐러의 마지막 연출작인 베를리너 앙상블의 「아르투로 우이」(브레히트 작·29∼31일), 배우 110명이 출연하고 조직위가 직접 제작하는 「다나이드」(아이스킬로스 작·실비우 푸카레트 연출·15∼27일)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올해의 특징은 불어권 작품이 많은 것. 그럼에도 초연 아닌 기발표작이 25%가량 포함돼 있고 라보당을 제외하고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대가 연출자들이 배제돼 공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극단 산울림등 몇몇 극단이 OFF공연에 참가한 적이 있다.
총예산 4,200만프랑중 60% 이상을 국가와 시등의 공공재원에서 보조받는 아비뇽연극제는 연출가이자 배우인 장 빌라가 연극의 지방화를 내세우며 47년 창설한 후 피터 브룩, 피나 바우쉬, 잔 모로등 유명한 연출가 무용가 배우등을 배출해 냈다. 파리 남남동향으로 697㎞ 떨어진 아비뇽시는 파리 리옹역에서 TGV(고속철도)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인구 9만3,000여명의 소도시. 이 작은 도시가 축제기간에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6만여명의 관객으로 붐빈다. 올해의 페스티벌은 8월3일까지 계속된다.<아비뇽(프랑스)=김희원 기자>아비뇽(프랑스)=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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