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소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고향/킹 목사 배출 민권운동의 중심지로근대올림픽 출범 100주년을 맞아 뜻깊은 올림픽을 개최하는 애틀랜타는 지금은 「꿈의 땅」 미국의 남동부 관문이지만 아픈 과거의 상흔이 잔존하고 있는 곳이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의 중심지로서 「남부동맹」에 대한 자부심과 향수, 패전의 아쉬움이 곳곳에 배어있다. 그래서 그만큼 흑인 인권운동도 활발했던 곳이다.
북미대륙의 남부 조지아주에 위치한 인구 340만의 애틀랜타시 외곽에는 제일의 관광 명소인 스톤마운틴파크가 있다. 이곳에는 애틀랜타 시민들의 정서를 잘 대변해주는 상징물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공원의 상징인 웅장한 돌산 한 가운데 엄청난 크기로 양각된 남부군의 명장 리장군의 조각상이다.
이곳에선 남북전쟁 당시의 모습을 레이저쇼로 보여주는데 비록 패장이었지만 북부군과 싸우는 리장군의 모습이 나오기만하면 여기저기서 탄성과 환호가 쏟아진다. 미 대륙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남부군에 대한 뿌리깊은 향수가 엿보인다.
「남북전쟁서 남부가 승리했다면 애틀랜타는 미국의 수도가 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예전 남부 문화와 전통에 대한 애틀랜타 시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래서 그들은 애틀랜타 출신 작가 마거릿 미첼(1900∼49년)이 쓴 불후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성경보다 많이 읽는다.
영화로 만들어져 더욱 유명해진 이 소설은 남북전쟁을 남부의 입장에서 쓴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로 하여금 더욱 애착을 갖게 한다.
그들은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가 「미 서부 개척당시의 선구자적 강인함의 상징」이라고 주장할 정도이다.
미첼 여사가 작품을 집필한 「미첼하우스」는 특별 관리되고 있고 영화의 주배경인 타라농장의 이름을 딴 타라박물관이 세워져 각종 관련 유품을 상시 전시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바람과…」의 명장면을 보여주는 테마공원의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후발 개척지인 서부 로스앤젤레스나 정치와 경제 일번지인 북부 워싱턴, 뉴욕에 비해 소외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은 76년 조지아주 지사 출신으로 제39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미 카터를 20년이 지난 지금도 큰 자랑으로 여긴다.
카터는 전형적인 남부 지주인 「땅콩 농장」의 주인이었다. 그런 그가 전후 110년만에 나온 첫 남부출신 직선 대통령이었다는 점이 이들의 감수성을 잡아 끌었다.
그러나 이런 유별난 남부 정서 때문인지 미국내 「흑인 인권운동의 메카」가 된 곳이 바로 애틀랜타이다.
68년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에 살해된 흑인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고향이며 그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킹 센터 일부의 운영권을 두고 미정부와 유족들이 심한 마찰을 빚은 것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를 당한 미첼 하우스의 복원에 대해 흑인들이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벌인 것도 바로 이런 흑백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84년 서부의 LA에 이어 미국이 12년만에 다시 애틀랜타로 올림픽을 유치한 데는 정치·경제적 인프라가 떨어지고 흑백 갈등이 잔존하는 미국의 마지막 황금보고 애틀랜타를 살리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3만여 교민 “급속 성장”/주로 소매업 종사 흑인들과 잦은 마찰/코카콜라 부사장 이동씨가 가장 성공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곳의 한국 교민들은 매우 들떠있다.
애틀랜타시에는 미 남부지역중 가장 많은 3만여명의 교민이 있다. 이들은 북동부 지역 뷰포드 하이웨이 인근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상당한 상권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지역과 마찬가지로 주로 소매업에 집중돼 이 지역 흑인들과 자주 충돌을 빚어왔다.
흑인 노예제에 대한 동경이 유독 강한 이곳에서 오랜 설움을 겪은 흑인들은 백인 못지 않게 세를 확장해가는 아시아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한인회 이승남 회장은 『흑인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인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잠식하기만 하고 베푸는데는 인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백인처럼 자신들을 깔본다고 생각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인상공회의소는 대학진학을 원하는 흑인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한인식료품협회도 매년 2,000달러를 흑인사회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나상호(65) 한인식료품협회장이 흑인사회에 이익을 환원한다는 취지로 자신의 대지 5에이커(약 6,500평)를 흑인사회에 기증, 각계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현지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으로는 다국적 기업인 코카콜라의 부사장 토머스 리씨(이동)를 꼽는다.
리부사장은 94년 워싱턴에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필리핀 태국 베트남등 7개국 대표가 모인 가운데 미주지역 1,000만 아시아인 총연합회(NAPAC)의 초대회장으로 취임했다.
교민들은 이번 올림픽 기간에 각 종목별로 협력교회를 선정, 한국선수의 경기가 벌어지는 경기장을 찾아 조직적인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이밖에 한국관광객들에게 휴대폰과 비퍼(무선호출기)를 무료대여하는 한편 「올림픽 정보안내 및 통신센터」를 운영한다.
◎도시경제력 세계 제4위/코카콜라·CNN 본사 등 위치
인구 340만에 불과한 애틀랜타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정치적 입지에 반해 상당한 다국적 기업들의 본사가 포진해 있는 미 남동부 상업 중심지이다.
이번 올림픽의 실질적 주관사인 코카콜라의 본사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올림픽 유치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코카콜라는 이번대회에 무려 3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지원하는등 조직위와 밀착, 「콜라 올림픽」이라는 비난을 들을 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내 3대 항공사의 하나인 델타, 세계 최대의 운송업체인 유나이티드 파셀 서비스(UPS), 미국 전신전화사중 1, 2위를 다투는 벨 사우스의 본사가 애틀랜타에 있다.
또 세계 최대의 케이블 뉴스 에이전시인 CNN이 태동한 곳도 애틀랜타이다.
이밖에 미국 5대 은행인 네이션즈 뱅크를 비롯한 다수의 굴지의 기업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하고 있다.
경제 전문지 포천은 세계 100대 기업의 10%가 애틀랜타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세계에서 홍콩, 뉴욕, 런던에 이어 4위의 경제력을 지닌 곳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브레이브스, 프로농구(NBA)의 호크스, 미식축구의 팰콘스가 미국 3대 프로스포츠에서 막강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밖에 조지아공대와 사립 애모리대등 명문 대학들도 자리잡고 있다.
◎“살인적 물가에 숨막히는 더위”/평균 35도·반짝상혼 기승
올림픽 기간에 애틀랜타를 찾는 방문객들은 「폭염」에 숨이 막히고 「살인적인 물가」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애틀랜타는 인접한 멕시코만의 해양성기후와 애팔래치아산맥의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해발 308m의 고온다습한 지역이다. 올림픽 기간의 이곳 예년 낮 평균 기온은 섭씨 31도에 습도 51∼70%.
그러나 93년에는 9일동안 37도가 넘는 찜통 더위가 계속된 적이 있어 선수와 관광객들은 평균 35도의 무더위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곳은 기상변동이 심해 천둥을 동반한 폭우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육상과 일부 구기종목은 더위와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기후로 인해 명암이 바뀌는 이변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연인원 200만명의 외부인이 방문할 것이 예상되면서 개막전부터 「올림픽 특수」를 노리는 반짝 상혼이 판을 치고 있다. 평소 60달러선이던 2급 호텔의 하루 숙박비가 개막전인 7월초에 이미 500달러에 달하고 있고 시 교외의 방 2개짜리 주택도 1,000달러를 호가한다. 택시 요금, 식비등는 이미 2배이상 오른 상태.
대회조직위(ACOG)와 시당국은 널뛰기 하는 물가를 잡느라 진땀을 흘리지만 숙박시설이 부족해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ACOG는 방송중계료 5억6,000만달러, 입장권 판매 4억2,000만달러를 포함 총 17억달러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송영웅 기자>송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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