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것 존재여부 임씨 증언불구 궁금증 여전/황 차장 명령은 김씨 일관진술 신빙성 높아져15일 12·12 및 5·18사건 22차공판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강경 진압하라는 내용의 신군부측 메모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신군부가 육본의 정식지휘계통에 끼어들어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강경 진압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내용이었던 만큼 신군부측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자료인 이 메모의 진위여부는 검찰이나 변호인측 모두에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의 쪽지는 『광주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라』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친필메모와 『전차와 무장헬기로 시위대를 밀어붙여라』는 황영시 육참차장의 전화지시메모등 2개다.
공방의 제1라운드는 물증도 없고 관련자의 진술도 엇갈리는 가운데 전씨의 친필메모를 구체적으로 밝힌 임헌표 전교사교육훈련부장의 증언에서 시작됐다.
이 부분은 21차 공판때 소준렬 전교사령관이 메모내용의 일부가 기억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임씨는 검찰신문에서 80년 5월23일 낮 12시30분께 소준렬 전교사령관의 지시로 광주비행장에서 정호용 특전사령관을 영접, 함께 전교사로 오는 UH헬기 기내에서 메모를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정사령관이 메모지를 읽고있는 것을 옆에서 잠깐 봤으며 『공수부대의 사기를 꺾지 말고 조기에 강경진압하라』는 내용과 함께 전씨의 친필서명 글씨가 뚜렷했다고 증언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변호인측은 정사령관을 영접한 시간과 의전관례상의 문제를 들어 림씨를 추궁했다. 정씨가 광주비행장에 도착한 시간은 23일 하오 5시이며 당시 준장인 임씨가 소장인 정씨를 영접한다는 것은 상식밖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임씨는 시간은 정확치 않다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감정이 격해진 변호인이 『그렇다면 당시 정사령관이 둘 있었다는 말이냐』며 힐난하자 검찰이 『증인을 다그치지 말라』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역공, 증인으로부터 『메모지를 본 게 사실이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양측 공방이 계속되자 급기야 재판부가 나섰다. 『메모지크기는 얼마나 되는가』 『주머니에서 꺼냈는가』 『봉투에 담겨있었나』등의 잇따른 질문에 림씨는 계속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신없는 태도로 답변, 메모의 진위여부에 대한 궁금증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제 2라운드는 김기석 전교사부사령관의 증언으로 불붙었다. 김씨는 전차와 무장헬기를 동원해서 광주시위를 강경진압하라는 황차장의 육성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했다면서 1백쪽에 달하는 메모내용중 문제의 부분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메모내용은 『APC(시위대들이 탈취한 전투차량)―코브라 무장헬기로. 차량―500MD(헬기)로. 인원―병력으로 때려라』로 돼있었다. 김씨는 23일 황차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런 내용의 지시를 받았다며 변호인측의 거듭된 확인질문에 큰 소리로 『확실하다』고 대답했다.
변호인측은 『육본의 명령을 작전지휘권도 없는 부사령관이 어떻게 거부할 수 있었나』 『메모지가 당시 사령부 공식 메모지가 아닌 이유』 『통화자와 수화자 통화시간등이 적혀있지 않은 이유』등을 집중 추궁했으나 이 메모지가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수는 없었다.
결국 당사자인 황영시 피고인까지 직접나서 『통화를 직접 한적이 없다』며 부인했으나 김씨는 『분명히 전화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 증언의 신빙성을 높였다.<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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