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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모의 장편 「나비의 꿈」(소설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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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모의 장편 「나비의 꿈」(소설평)

입력
1996.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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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가의 삶 있는 그대로 그려윤정모씨가 오랜만에 발표한 장편 「나비의 꿈」(한길사간)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생애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쓰면서 윤정모씨는 자신의 상상력을 적극 발휘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 대신 윤이상의 참모습을 충실하게 복원하여 독자들 앞에 제시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그 과제를 부족함 없이 수행하는데 힘을 기울인 듯하다. 윤이상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에게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 수 없다」는 정도의 존재로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윤정모가 자신의 목표를 그같은 방향으로 설정한 것은 충분히 이해 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방향에서 씌어진 작품인 만큼, 「나비의 꿈」은, 한 편의 창작물로서 커다란 무게를 지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소설의 가치를 논하면서 반드시 「창작물로서의 무게」라는 것 한 가지만을 판단기준으로 삼으라는 법은 없는 터이고 보면, 이러한 현실을 근거로 「나비의 꿈」이라는 작품 자체를 무시해 버린다면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만 가지고도, 독자들로부터 진지한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춘 셈이라고 여겨진다.

첫째, 이 작품은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 혹은 사람의 기품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며, 그 문제에 대하여 하나의 모범답안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사람다운 삶 혹은 기품있는 삶이라는 것이 실종될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끔찍한 상황을 감안하면 참으로 소중한 의미를 갖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이 작품은 모순으로 가득찬 한국 현대사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이제부터라도 모순을 제대로 극복하는 새로운 모색에 나서도록 독자를 몰아간다. 윤이상의 삶 자체가 한국현대사의 모순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것이요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지난한 싸움으로 점철되었던 것인데, 이 작품은 그것을 충실하게 추적하여 재생시킴으로써 그러한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셋째, 창조적인 음악가의 혼에 대하여,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만남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연주자는 많지만 세계적인 작곡가는 윤이상을 빼고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그리고 윤이상 예술의 중요한 강점이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독자적인 양식으로 이룩한 점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의 생애를 다룬 이 작품이 그러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이동하 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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