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큰 손해 안 입고,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항상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습성을 길러야 한다고 어떤 사람이 말했다. 든든한 다리라고 판정이 나도 얼른 건너가서는 안되며, 다리를 먼저 건너 간 사람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잘 알아 보고, 자신이 다리를 건너 갔을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일진을 살핀 후에 움직여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그는 농담삼아 그런 이야기를 했으나, 그저 농담으로 흘려보낼 말이 아니다. 입구가 열려 있다고 의심없이 들어갔다가 출구가 없어 고생하거나, 손해를 입거나, 망신당하는 사람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다리를 두들기기만 하고 절대로 건너가지 않는 사람들을 소심하다고 비웃을 일도 아니다.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종합생활기록부 제도 도입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그런 특수목적고를 설립할 때, 그 학교 학생들이 어느날 불이익을 받게 될지도 모르니 함부로 입학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소심 정도가 아니라 불안증에 걸린 환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특목고 1년생들은 99학년도부터 수능점수에 의한 특별내신제가 폐지됨에 따라 크게 동요하고 있고, 자퇴나 전학을 고려하는 학생까지 늘고 있다니, 「돌다리론」을 흉볼 수가 없다.
예술중학교나 특목고, 비평준화 지역의 일부 고교들은 입학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므로 일반 중고보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있는데, 그 학교 학생들을 일반 학교와 똑같은 기준으로 줄을 세워서 등위를 매기라는 것이 종생부 제도다. 일반학교에서는 1%에 들어갈 학생이 특목고에서는 중위권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고, 외고의 경우 정원이 40∼50명 정도인 비인기 외국어반에서는 전과목 1등을 해도 겨우 3%안에 들어갈 정도로 불이익이 심각하다.
『한국에서는 문이 열려 있다고 함부로 들어가면 안됩니다. 수입을 개방한다고 요란하게 떠들다가 어느날 외제차 산 사람들을 호화생활자로 분류해 세무조사를 하고, 수틀리면 명단을 공개한다고 겁주는 식의 일들이 한두번 일어났습니까. 특목고의 경우도 같은 얘기입니다. 세상 인심은 묘해서 부자가 망신당하거나 공부 잘하는 일부 학생들이 불이익당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도 모르는 척하거든요.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입구부터 막혀 있지만, 우리는 입구는 활짝 열려 있는 듯한데 출구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게 특징이지요』
앞에서 「돌다리론」을 폈던 사람은 이렇게 주장한다. 외고 학부모들은 학부모 연합회를 만들어 종생부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나섰는데, 종생부제도가 무슨 지상명령은 아닐 터이니 당연히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교육에서까지 「돌다리론」, 「입구·출구조심론」이 나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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