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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한계 넘어선 「오지」 판명/여천공단 조사서 드러난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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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한계 넘어선 「오지」 판명/여천공단 조사서 드러난 문제점

입력
1996.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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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젠 외국허용치 최고 1백70배 넘어/국내 기준조차 마련안돼 환경정책 허점 노출/각종 공해병 유발 성분도 다량 검출… 대책 시급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시행한 여천공단의 초과발암위해도 분석은 문제의 공단 주변지역이 인간 생존여건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KIST 조사대상에서는 대기오염 규제물질로 발암물질인 페놀 불화수소 황화수소 등과 음용수에 의한 발암가능성이 제외돼 있어 여천공단지역의 발암위해도는 실제로 더 높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이 분석은 그러나 벤젠 사염화탄소 등 국내서 환경기준조차 마련돼있지않은 휘발성유기화합물에 의한 발암가능성을 지적해 국내 환경정책의 허점을 보여주고있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위해도가 높게 조사된 물질은 벤젠이다. 94년 낙동강 식수에 포함된 것이 발견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벤젠은 섬유 합성수지 등을 제조하거나 염색제 방부제 방충제 등을 만들때 널리 쓰이는 세척용제로 여천지역에서 배출되는 주요 오염물질중 하나이다. 벤젠오염도가 가장 심한 여천시 묘도동 창촌마을은 5.2PPB(1PPB는 1천분의 1PPM)로 외국 기준치(0.03PPB)의 1백70배가 넘은 것으로 측정돼 10만명당 10명까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중의 벤젠은 눈 코 목에 자극을 주며 흡입시 두통 호흡곤란은 물론 의식불명에 빠지게 하는 맹독성 물질로 꼽히고있다. 5천PPM에서는 폐에 손상을 입히며 2만2천PPM의 농도에서 5∼10분만 노출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액체상태의 벤젠은 더 심해 저농도에서도 장시간 노출되면 빈혈 백혈구감소 등을 유발,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공단의 대기중에는 마취성 공해물질로 심장 신장 호흡기등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암을 일으키는 클로로포름도 여천시 화치동에서 0.58PPB나 측정됐다. 이 수치는 미국의 허용기준치보다 8배나 높은 것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인체 발암유력물질로 분류, 엄격히 관리하고있는 사염화탄소도 평여동 남수마을등에서 0.56PPB나 검출돼 미국의 허용치의 60배이상을 웃돌았다. 인조고무 제조공정의 원료로 사용되는 부타디엔, 화학공정의 용매제로 쓰이는 삼염화에틸렌과 사염화에틸렌도 외국의 기준치보다 훨씬 웃돌아 목병 가려움증 등 각종 공해병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금속 플라스틱 인쇄도장 등 제조산업에 널리 쓰이는 톨루엔의 경우 화치동일대에서 24PPB나 검출돼 기준치를 이미 2배이상 넘었다. 톨루엔에 단시간 고농도로 노출될 경우 눈 호흡기 피부등에 자극증상이 나타나고 피로감 허약감 두통등의 증상을 보이며 매우 높은 농도에서는 의식을 잃으며 사망할 수도 있다.

각막손상 폐렴등의 유발원인인 불화수소는 중흥, 상암, 평여, 묘도동일대 마을에서 기준치의 17배 검출됐고 장시간 노출될 경우 결막염 피부손상을 일으키는 황화수소도 이들 지역에서 19배나 나왔다. 또 페놀은 16배나 기준치를 초과했다. 부유분진의 경우도 심한 지역은 기준치의 1.7배를 넘어서는 등 각종 유해물질이 기준을 초과, 주민들이 계속 거주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돼 주민의 조기이주외에 정밀 역학조사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선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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