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810원대” 93년 상황과 비슷/총론적 장세 최소한 보합세 이룰듯『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은 우주 그 자체다』 어느 증권분석가는 주가를 예측하기 어려운 사정을 이같이 설명했다. 따라서 주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오랫동안 증시에서 증시전망에 대한 답의 한 방편으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이런중에도 많은 분석가들은 단 몇가지의 요인만으로 주식의 전체 흐름을 파악하려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몇가지 요인중 하나로 주목할만한 것이 환율이다. 최근 환율은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동시에 금리가 다시 올라가고 물가도 흔들리며 경상적자는 큰폭으로 늘어나고 경기는 후퇴하고 있다.
환율이 다시 몇달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인다.
현 시점에서 향후 주가를 점쳐보기 위해 환율과의 관계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흔히 환율과 주가의 관계를 설명할 때 쓰는 논리는 환율이 수출 경쟁력에 미치는 효과다. 예를 들어 환율이 오른 후 얼마 지나면 수출경쟁력이 살아나 경기가 회복되고 그에 앞서 주가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환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직전의 시점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원화환율이 달러당 810원대를 유지했던 것은 93년 하반기다. 환율이 810원 정점에 이르렀을 당시 주가는 보합수준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로 내수주와 중소형주가 장을 주도했다. 요즘 상황과 흡사했다. 그 이후 6∼12개월 사이에 수출관련주들이 회복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경기회복을 반영, 대형 제조주들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융주는 이런 흐름에서 소외됐다. 물론 금융주는 환율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부진했을 수도 있다.
이로 미루어 현재 환율이 달러당 810원대로 돌아섬에 따라 전체 장세가 적어도 환율수준이 시사하는 성격의 장세를 당분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총론적 장세는 보합세를, 각론적 장세는 단기적으로는 내수주나 중소형주, 장기적으로는 수출제조주의 강세를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번의 환율상승이 순조롭게 수출증대로 나타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현 주식시장의 상황은 그러나 기대만큼 간단하지 않다. 우선 환율과의 관계에서 경기를 함께 조절해줄 수 있는 금리 물가 경상수지등 모든 것이 동시에 악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가장 위험한 투자환경을 상정해보면 성장이 물가에 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비하는 해법이 있다면 물가를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겠으나 이는 또 수요를 위축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증시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호미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 것이 이 시점의 지혜다. 제도개선이나 외국인 한도확대등 기술적 여건에 연연해 투자를 계속하는 분위기가 있어서는 안될 것 같다.<엄길청 아태경제연구소 소장>엄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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