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국TV로 방영된 북한 김일성주석 사망 2주기행사 모습은 한국적 정서를 매우 거슬리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김일성시신이 안치된 도시 한복판의 금수산기념궁전앞에서 김정일정권은 북한 2,500만 주민에게 오로지 이 무덤만 바라보며 생각하고 행동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시위한 것이었는데 아무리 북한인민이 김일성의 은총을 입고 지난 50년을 살았다해도 그 시신까지 머리에 이고 살게한다는 것은 확실히 한국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죽음과 삶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사고다. 서양에서는 교회안 공터에 시신을 묻기도하고 또 어떤 곳은 관을 드러내놓고 있는 곳도 있으나 한국의 전래풍속은 죽으면 흙에 묻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고 기껏 한줌의 쌀, 한두푼의 노잣돈같은 것을 딸려 보내는 것이 고작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나라를 세운 위엄이 있어 죽음에 한가지를 더 갖고 갈 수 있었다. 고향 함경도에서 가져온 억새풀을 가져갔다. 경기도 동구릉의 이태조묘 봉분에는 지금도 부드러운 풀 대신 억새풀이 자라는데 죽어서라도 고향냄새를 맡겠다는 망자의 유언을 들어 무덤의 뗏장을 함경도 억새풀로 덮게 한 결과라고 한다.
시신을 미라로 처리한 후 평양 한복판에 무덤을 만들고 전북한인민이 절을 해야 하는 것은 확실히 한국인정서에는 맞지 않은 것이다. 2주기행사는 먼저 북한고위인사들의 김일성시신 참배로 시작됐는데 추모군중집회에서는 온 북한인민이 김일성의 제자, 아들, 딸이라는 것과 김일성을 이은 김정일에게는 한발의 총폭탄이 되어 충성해야 한다는 맹서가 울려퍼져 김일성의 위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내 한복판에 세워진 200m 높이의 거대한 김일성동상 앞에도 이날은 특히 많은 인파가 모여 절을 하고 꽃다발을 바쳤다. 피라미드를 세우고 레닌묘를 만든 민족이라면 몰라도 한민족전통으로서는 이런 북의 행사가 비전통 비인간적인 행사로 여겨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살아서 전쟁을 일으키고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으로 많은 숙청을 한 장본인이 죽어서도 온 북한인민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뒤집어 쓰고 살게 한다는 것이 도무지 있을 법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공산주의는 한반도가 현대에 들어 겪은 두번째 역사도전의 실패에 의한 것이다. 첫번째는 일본강점의 굴욕이었다. 조선조가 세계 변화를 읽지못해 역사도전에 실패한데서 온 결과였다. 두번째 실패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너무 이념을 앞질러 받아들였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공산주의를 받아들이는데도 한국의 정서가 작동하고 전통이 참고될 법했으나 북한 공산정권은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말하는 계급투쟁, 노동자천국사상을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여 공산주의 잣대에 맞지 않은 것은 사정없이 죽이고 부숴버렸던 것이다.
지금 북한에는 김일성주체사상과 그 사상으로 남한을 정복하기 위한 무기를 싸놓은 것 외에는 살아남아 있는 것이 없을 지경이다. 국가를 하나의 자연으로 비교한다면 아름다운 자연이 되기 위해서는 낙락장송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잡초도 있고 가시덩굴도 있어야 하며 뱁새나 맹꽁이 같은 허질구레한 산새들도 있어야 할터인데 북한이라는 자연에는 오직 김일성 김정일나무와 김일성 김정일새(조)만 존재해 자연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세계 어느 공산국가에도 이런 맹목주의는 없었다.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남한은 이 체제가 정말 잘못됐다는 것을 북한자신과 세계에 타이를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체제에 협박당하지 않을 방어체제를 구축함과 아울러 북한인민을 기아로부터 살릴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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