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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속에 변하지 않은 것들/이종구 사회1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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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속에 변하지 않은 것들/이종구 사회1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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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사회가 무섭게 변하고 있다. 「세상이 변한다. 사회가 변한다」라는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이를 취재한 기자들의 수첩을 보며 사회가 엄청나게 변했음을 실감했다. 고정관념의 파괴가 도처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잇달고 있는 충격적인 「윤리파괴」도 사회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마을의 청·장년 14명이 11살짜리 소녀를 돌아가며 몹쓸짓을 해 자살기도를 하게 한 사건 등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이런 급격한 세태변화의 흐름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음이 똑똑하게 보인다. 오히려 더 잘 보인다. 여의도 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추한 정치의 몰골, 권위만 내세우는 정부,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공직자들의 행정서비스 자세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민선시장이 출범해 서울시 행정이 나아지는가 했더니 그게 그거더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인들이 너도 나도 보따리를 싸고 외국으로 떠나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임금과 땅값이 싸고 행정의 간섭이 적은 곳으로 가겠다는데 말릴수는 없다. 이러다간 기업에서 찐빵의 팥이 되는 부분은 외국으로 다 뺏길 판이다.

또 변하지 않는것이 있다. 운동권 학생들과 일부 재야인사들의 김일성에 대한 일편단심 짝사랑, 쇠파이프 화염병이 난무하는 가두시위 등은 과거나 지금이나 천편일률로 같다. 며칠전 한 친북단체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김일성추모사를 북으로 보냈다고 경찰이 밝혔다. 「김일성주석의 서거는 남녘동포들에게도 너무나 커다란 비애로 남아있다. 이북동포들이 커다란 슬픔을 힘으로 바꾸어 일어나 억세고 당차게 전진하고 있는 모습에서 무한한 감명과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이 굶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억세고 당차게 전진할 수 있을지, 이쯤되면 치유불가능의 짝사랑이다.

어제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오늘 일만을 생각하는것도 변하지 않은것중의 하나다. 어제의 폭력조직 두목이 형기만료로 출감하자 마자 「화려한 외출」로 온갖 화제를 뿌리고 있다. 그의 결혼식에 유명 정치인의 화환이 쏟아지더니 본인들은 그런 화환을 보낸적 없다고 하고, 그래서 정치인들의 모습이 우습게 보였는지 경찰이 화환이 보내진 경위에 대해 수사에 나섰는데 슬그머니 유야무야가 됐다. 이런것을 두고 가물치 콧구멍이라고 한다. 그러는 사이 그 유명인사는 「모래시계」의 주인공, 한국판 대부가 되어 영화주인공으로 나타났다.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어쨌거나 미화되기 마련이다. TV방송국에 유명인사로 출연하기도 한다. 상업주의가 그를 이용하는 것인지 그가 상업주의를 이용하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그가 개과천선해서 선량한 시민으로 돌아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특별하게 미화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검증의 시간적 여유, 공간적 마당이 생기기도 전에 마치 영웅으로 미화하고 있는것은 지나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사회의 잘못이다. 「지금의 그」를 보지않고 자칫 그의 과거전철을 밟으려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모래시계를 내세워 유명인사가 된 두사람이 있다. 그런데 처지가 드라마와는 달리 반전되고 있다. 한사람은 영화의 주인공이 된 그 사람이고, 또 한사람은 검사출신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다. 그 검사출신 의원은 부정선거와 관련됐다고 야당이 표적으로 삼고있다. 아니러니이다.

「C―세대」가 탄생하고 「골드칼라」가 빛을 보는 시대라는데 왜 이런 것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똑같은 것일까. 변화가 전부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흐름은 낡고 추한 것을 씻어내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문사 데스크에 앉아 사회변화의 흐름을 보는 것도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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