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구유고전범재판소가 11일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와 군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에 대해 국제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순간 보스니아의 한 운동장에서는 7,000여 여인들의 울부짖음이 하늘에 닿아 있었다.이 집회는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 1주년 추도식이었다. 당시 믈라디치가 이끄는 군대는 이 도시를 점령한 뒤 불과 며칠만에 회교도 민간인 8,000여명을 학살했다. 『버스가 시 외곽에 이르자 군인들이 젊은 남자와 여자를 내리게 했다. 버스 안에 남아 있던 노약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자들의 목을 칼로 베어 죽이고 여자들은 강간했다』 당시 버스에 있었던 한 노인의 증언이다.
이번 재판은 일부에서 미국 등 서방측이 세르비아계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회교도와 세르비아계의 민족적 증오가 수세기에 걸친 뿌리깊은 것이므로 단순히 이번 사안만 가지고 어느쪽이 더 나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재판 자체에 회의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세르비아계는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집단 학살을 자행했고 회교도의 「씨를 말린다」며 조직적 대규모 강간을 전쟁무기로 사용한 사실이 유엔 보고서에서 입증됐다.
인류는 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 살고 있다. 『회교도쪽도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는 세르비아계의 주장은 어느 쪽이건 전범이 있으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범죄는 범죄고 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책무다. 재판정의 커튼 뒤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파워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는 비판적 분석을 요하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두 사람이 인류의 이름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때 그나마 훗날 세르비아계가 똑같은 잔학행위를 당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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