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직후 돌변 “뒤통수 맞은꼴”/평화협상 「귀한 몸」서 「쫓기는 몸」 신세로/체포령 주체 크렘린강경파 독단 불투명체첸반군 최고지도자 젤림한 얀다르비예프(44)는 러시아 대선을 전후해 러시아 정부로부터 180도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그는 한달 보름 전만 해도 크렘린에서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마주앉아 평화협정에 서명했던 「귀한 몸」이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러시아군의 폭격과 추적을 받는 「표적」신세가 됐다.
그의 이같은 급전직하는 부분적으로 옐친 대통령의 집권 2기 개막을 앞둔 모스크바 상황과 맞물려 있다. 러시아의 새 내각 조각작업은 크렘린내 파벌간의 권력투쟁으로 질척거리고 있어 기존의 행정명령 체계가 거의 마비된 상태다. 옐친 대통령은 8일 강경파로 알려진 체첸주둔 사령관 브야체슬라프 티호미로프 장군을 북부 카프카스여단장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장군으로 경질했으나 작전지휘권이 아직 이양되지 않은 상태에서 체첸 주둔군의 얀다르비예프 「조이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 「표적 공격」이 크렘린의 직접명령인지 티호미로프의 독단인지, 아니면 크렘린과 티호미로프의 역할분담인지가 불분명하다.
현재 얀다르비예프는 전임자 조하르 두다예프가 당했던 러시아 전투기의 무차별 폭격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9일 포로석방에 대한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그의 근거지인 남동부 메흐케티를 포위하고 대규모 폭격을 시작했으며 10일에도 10여대의 러시아 전투기와 무장헬기가 폭탄을 쏟아 부었다.
얀다르비예프는 최고 지도자에 오른 뒤 러시아 대선이라는 권력이양기를 틈타 크렘린측과 평화에 관한 도박을 벌였으나 끝내 손해를 보고만 셈이다. 그는 91년 9월 도쿠 자브가예브 정권을 밀어낸 두다예프 밑에서 부통령을 지내다 4월 두다예프의 사망과 함께 체첸반군의 최고 지도자에 올랐다.
항상 존경받는 연장자의 상징인 양가죽 모자를 쓰고 다니는 그는 전직 작가답게 체첸독립의 이론가로 활동하며 강경파로 평가됐으나 최고지도자가 된 뒤에는 옐친 대통령의 평화협상 제의에 응하는 등 강경입장을 누그러 뜨렸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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