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굶어죽는 사람 속출” 사실인가 과장인가/정부 “지역별 사정달라 일반화 무리” 판단북한에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귀순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귀순자 정순영씨(37)는 9일 지난 1월과 3월 강원 통천군 통천읍에서 두 가족 9명이 문을 걸어잠근채 굶어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11일 귀순한 최승찬씨(29)도 개성에서 매일 1∼2명씩 30여명이 굶어 죽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부모가 먹을 게 없어 어린 아기를 목졸라 죽이고 자살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에 아사사태가 발생했다는 관측은 이미 올초부터 정보 당국과 국내외 언론을 통해 간간이 제기됐었다. 그렇지만 목격에 의한 증언은 정순영씨나 최승찬씨의 경우가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의 아사사태 발생은 대부분 「들었다」 「소문이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는 첩보 수준에서 거론돼왔다.
따라서 통일원등 정부당국은 귀순자들 증언의 정확성과 이 증언들을 북한의 일반적 식량사정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면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대규모 아사사태 발생은 대북 지원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 두 귀순자들이 귀순당시의 긴장감과 북한에서의 혹독한 내핍생활로 다소 상황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통일원 당국자는 『북한의 식량난이 이미 대규모 아사사태로 치달은 상태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쌀지원을 포함한 대북 지원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통일원 등 정부당국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가을 추수기까지는 개선될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곡물 총량으로 따지면 지난해 생산분 3백45만톤에 외부 지원분 등을 합쳐 총수요량 6백40만톤 배급에 별 문제가 없으나 도로, 교통수단 등의 미비로 유통 및 배급체계가 제 기능을 하지못해 지역별로 식량난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3백만달러 대북 지원을 결정했을 때도 『북한이 확보한 곡물 총량은 전체 수요량에 비해 모자라지 않으나 배급체계가 왜곡돼있기 때문에 지역별로는 심각한 기아상태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강도, 양강도 등 국경 산악지대 주민과 소도시 근로자들이 지난해 수해와 식량난의 큰 피해자들이고 농어민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정씨와 최씨 두 귀순자의 증언만으로 북한의 아사사태를 일반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게 정부당국의 판단이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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