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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화된 「재벌 집중」(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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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화된 「재벌 집중」(사설)

입력
1996.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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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억제노력에도 불구하고 30대 재벌그룹의 경제력 집중은 해를 거듭할 수록 심화하고 있다. 신산업경영원이 10일 발표한 「97년판 한국 30대재벌 재무분석」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지난해 창출한 부가가치액은 총 57조7천5백억원으로 경상 국민총생산액(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전년도의 13.91%에서 2.67%나 높아진 것이다. 30대 재벌그룹의 경제력 집중도가 급속히 제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특히 이들 재벌그룹들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전년보다 30.53%증가, 전체 경상 GNP증가율(15%)보다 배나 앞서고 있어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에 가속이 붙어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체의 균형되고 안정된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은 사태다.

우리 경제나 우리나라 국가발전이 심각한 국면에 부닥치기전에 재벌그룹의 경제력 집중문제에 대해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의 경제력집중을 초래하는 선단식경영(일명 문어발식경영)은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기업경영체제다.

일본 재벌그룹들도 문어발식 경영으로 세계 제2의 경제를 건설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나 개인오너(대주주)가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도 대주주가 연금공단과 같은 법인주주이며 전문경영인에 의해 경영되는 체제다. 우리나라만이 개인오너가 소유와 경영권을 함께 행사하는 오너전능체제다.

우리나라 재벌의 선단경영체제에 대해 학계·경제계·언론계 등 사회 각계에서는 순기능론과 역기능론이 맞서고 있다. 사실 재벌그룹들이 한국경제발전에 기여한 바는 크다. 정부·근로자들과 더불어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다. 앞으로 경제발전에서 그들의 역할은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들의 비중이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의 선단식경영체제는 재벌 그룹 자체뿐 아니라 국가경제 자체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재벌들은 선단식경영체제는 그룹경영의 안전성을 높여 주는 강점이 있다고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 없는 한계계열기업을 끌고가는 것은 비능률적인 것이며 경쟁력 있는 계열기업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능률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은 필요 이상 계열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성향이 있다. 방대한 재원으로 중소기업의 영역에까지 마구 침투, 기존의 중소기업들을 퇴출시킴으로써 경제의 균형발전을 파괴하고 사회불안을 조장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이미 재벌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재벌의 힘은 정치·사회 등 비경제분야에도 막강하다. 사실상 정부의 재벌경제력집중 억제정책은 실패했다. 재벌그룹들 스스로 선단식 경영체제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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