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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국가와 도덕국가/이수윤 한국교원대 교수·정치철학(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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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국가와 도덕국가/이수윤 한국교원대 교수·정치철학(한국논단)

입력
199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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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함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인간의 의지가 그 어떠한 어려움·시련·위기도 끈질기게 극복해 나가는데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단지 놀라운 업적을 쌓아올린 각 분야의 탁월한 인물들에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손들은 자기 자신보다 좀 더 나은 인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하루하루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에서도 발현되고 있다.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고독하게 삶을 헤쳐 나가야 하는 소시민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과 어려움의 연속이다. 소시민들은 그 과정에서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그들에게 닥쳐오는 위기를 하나하나 극복해 나간다. 그것은 자손들에 대한 그들의 간절한 기대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영원성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인간의 영원성에 대한 희구는 그들의 자손을 통해 실현된다. 인간의 자손에 대한 사랑은 본능적인 것만이 아니다. 위대한 영웅은 당대의 업적으로 자기 자신의 영속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소시민들은 세대를 이어가는 자손들을 통해 자기 자신이 영속화하기를 기대한다. 소시민들은 자손을 통해 보다 나은 자기자신이 실현되어 가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소시민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그들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발전할 수 있는 교육적·경제적 토대를 마련 해주기 위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 고통을 이겨 나가고 있다. 고난을 딛고 자신의 영역에서 가시적 업적을 쌓아올린 탁월한 인물이거나 묵묵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이거나에 상관없이 인간 그 모두는 간단없이 닥쳐오는 어려움과 시련과 위기를 헤쳐 나가는 위대한 존재들이다.○국민통합이 관건

우리는 지금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국에로 도약해 나가느냐 아니면 경제적 난관에 부딪쳐 중도에서 좌절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그것이 어디로 향해 나가느냐 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논리보다는 전적으로 국민화합·국민통합이 실현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후진국으로 출발한 독일과 일본은 자본가의 이익과 노동자의 복지를 함께 보장하고 계급주의를 타파하면서 선진국에로 진입해 나갔다. 한때 유럽의 병자같던 프랑스가 유럽의 강자로 등장하여 국제정치를 주도하게 된 배경에는 서열화한 대학체제를 대학평준화체제로 전환하여 국민통합의 기틀을 마련한 교육개혁이 있다. 한 때 세계를 주름잡던 영국이 유럽의 문제아처럼 쇠락하게 된 원인은 철저한 계급주의적 사회구조와 서열화한 대학교육체제에 있다. 남미국가들이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된 것도 근본적으로는 완벽한 계급주의적 사회체제 때문이다. 우리 전통사회의 몰락도 삼국시대로부터 내려온 뿌리깊은 계급차별적 사회구조에 의한 국민분열 때문이었다. 지금의 우리도 국민화합·국민통합 아닌 국민분열의 상태로는 결코 선진국에로 진입해 나갈 수 없다. 국가의 새로운 발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진정한 국민화합·국민통합은 정치가 계급국가 아닌 도덕국가를 구현해 나가는 데서 확립될 수 있다.

정치는 국가와 더불어 시작되고 국가와 함께 끝나는 국가현상이다. 물론 국가와 정부를 동일시하면서 정치가 국가현상만이 아니라 사회집단현상이기도 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것은 각종 사회집단이 국가·정부와 함께 주권을 분할·점유해야 한다는 다원적 국가론의 관점이다. 다원적 국가론은 세력있는 사회집단의 이익만을 긍정하게 된다. 다원적 국가론은 현대사회에서의 사회집단 분출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계급집단적 특권의 보존을 근본특성으로 하는 중세 사회체제를 정치적 이상으로 하고 있다. 다원적 국가론의 궁극적 의도는 진정 한 국민화합·국민통합을 실현하려는 정치적 지도력의 적극적 역할을 방해하는데 있다.

○모두의 이익 추구

정통 정치이론에 있어서는 국가를 떠나서는 정치가 존재할 수 없다는 관점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서는 정치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국가의 본질을 인식하는 것과 같다. 국가의 본질에 대한 인식은 두 방향으로 표현된다. 그 하나는 계급국가론이다. 다른 하나는 도덕국가론이다. 계급국가론은 국가는 특정계급의 이익실현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특권적 세력의 우월적 지배를 주장하는 귀족국가·부자들의 천국을 실현하는 고전적 자유국가·프롤레타리아계급의 독재를 주장하는 공산국가는 모두 계급국가이다. 도덕국가론은 국가가 계급적 이익 아닌 일반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도덕·윤리의 근본토대인 사회적 조화를 실현해 나가는 관점이다. 도덕국가는 사회적·교육적·경제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국민적 자유국가를 의미한다. 문민지도자의 그동안의 결단력있는 노력은 바로 도덕국가를 확립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도덕국가를 구현하려는 문민지도자의 의지가 구체화하면 할수록 우리는 국민화합·국민통합을 이루어 그 어떠한 경제위기도 극복해 내면서 당당하게 선진국대열에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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