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나온 각종대책 결국은 “말뿐”/현금결제 32%에 불과… 작년보다 오히려 악화/어음기간도 길어져 납품 4개월만에 현금받는 셈/중기선 법규정위반불구 “거래 끊길라” 속앓이만지난해말부터 대기업들이 앞다퉈 거래대금 현금지급확대등 각종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대금결제조건은 이전보다 더욱 악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전국 1,30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4분기중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등 거래기업에 물건을 납품하고 받은 대금중 현금은 32%에 불과했고 어음이 50.4%, 외상이 17.6%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4분기 현금결제 비율 34.7%, 어음비율 55.8% 외상 비율 9.5%에 비해 오히려 조건이 악화한 것이다.
특히 같은기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고 현금을 받은 경우는 24%에 불과했으며 어음이 67.1%, 외상은 8.9%였다. 대기업들로부터 받는 현금비율은 전체 거래기업 평균 현금비율(34.7%)보다 훨씬 밑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고 어음을 받는 기간이 평균 49.4일, 어음을 결제받는 기간이 74.1일등 총어음회수일이 123.9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한지 4개월후에야 현금을 만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하도급업체가 물품을 납품한지 60일 이내에 그 대금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해 관련기관에 신고도 하지 못한채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은 현금지급을 늘린다며 2∼3개월치를 한꺼번에 묶어 지급하거나 중기대책발표후 어음지급조건을 개선했다가 점차 슬며시 어음을 다시 활용하고 있다는게 중소업체들의 지적이다.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에 전자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T전자의 김모사장(46)은 『지난해말 30대그룹의 중기지원책이 발표된이후 결제조건이 개선된게 사실이나 최근 대형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금지급 시기를 점차 연장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시화공단에서 볼트·너트류를 생산, 산업기계류업체에 공급하는 K정밀 한모사장(50)은 『대기업들이 현금지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이후 중소기업들로부터 여러번 물건을 납품받은 뒤 2∼3개월치를 모아 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일부업체는 지난해 현금지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해놓고 최근들어 오히려 어음지급비율을 높이고 있으며 기간도 60일을 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금지급을 이유로 결제기일을 늦추는 사례도 적지않아 『차라리 종전처럼 어음을 받아도 좋으니 제때 결제해주는게 낫다』고 말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고 한사장은 덧붙였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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