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분리 남북 등거리외교 예상/시베리아 개발관련 대한기술협력 강화 가능성/북한 끌어안기로 동북아 영향력 회복 모색할듯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재선이후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외교와 경제가 함께 물려 돌아갔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는 야쿠트 가스전 개발 등 시베리아 개발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과의 경제 및 기술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치·외교적인 측면에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에서 「주변 강대국」의 영향력을 되찾는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대북 접근은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 등장이래 적극적으로 추진돼 온 외교부문에서의 「제목소리 찾기」와 맥이 닿아 있다.
이같은 구상은 러시아가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난 정세변화에 상당한 좌절감을 느낀데 따른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위해 정전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의 중재의사를 거부한다든가 한국과 미국이 러시아를 제외한 4자회담을 제의한 것 등은 러시아에는 외교적 수모에 다름 아닌 것이다.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이후 처음으로 4월 비탈리 이그나텐코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고위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 6년만에 러·북 경제과학기술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북관계 개선은 알렉산데르 파노프 외무차관이 5일 시효만료 2개월을 앞둔 「조·러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에 대해 『역사적 역할이 끝났다』고 분명히 밝힌데서 보듯 일정한 선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한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대북 관계개선을 한국과 「얼굴을 붉히는」 수준으로 높일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이미 「북한 끌어안기」를 통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되찾기」에 나선 상태다. 따라서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은 앞으로 한국과의 경제협력, 북한과의 정치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적인 등거리 외교」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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