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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재들의 비극/최정복 전국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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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재들의 비극/최정복 전국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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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과 관련한 제적규칙을 완화해보자』 『학생상담을 강화하자』 『심리검사로 학생 성격분석을 해보자』과학영재들의 요람인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잇따르는 자살사건을 막아보자는 묘책들이다.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 지난해까지 합쳐 다섯차례나 같은 사건이 반복되자 학생 교수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네번째 사건 직후인 4월에는 과학교육의 메카라는 과기원에서 죽음의 잡귀를 쫓는 고사판까지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허탈감 때문인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유족인 부모들은 학교에 누를 끼쳐 미안하다며 조용히 자식의 죽음을 수습하고 있다.

이 대학 재학생의 70%는 과학고 출신이고 그들의 과반수가 고교과정을 2년에 수료한 수재들이다. 머리 좋은 학생들이 학습의 중압감에 눌려 강의실―도서관―기숙사를 맴도는 다람쥐 쳇바퀴생활에 지친 탓일까. 수재라는 멍에와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힘겨웠던 것일까. 자살심리를 놓고 갖가지 추리들이 분분하지만 대학 당국자들은 학사제도와 자살을 연계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계에서는 신세대의 나약한 인성을 주원인으로 꼽으며 대책을 주문할 뿐이다. 이러다 보니 학내에서도 『정확한 진단이 없는데 뾰족한 처방이 있겠느냐』는 자탄의 소리만 들린다.

이런 저런 방안을 제시한 교수들도 그 효과를 장담하지는 못한다. 자살이란 과학으로 풀수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학생들 못지않게 우수한 두뇌집단이라는 과기원 교수들조차도 뾰족한 처방을 내리지 못한다면 운명론으로 돌려야 하는가. 수재들의 자살이 이토록 잦다면 어디엔가 잘못된 곳이 있을 것이다. 대학 운영과 제도에 정말 문제가 없는지 샅샅이 살펴보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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