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 낱말 6만개 용례 수록좋은 사전일수록 단어의 쓰임새를 보여주는 예문이 풍부하다. 단어마다 다양한 예문을 갖춘 외국어사전들이 좋은 예다. 하지만 국어사전에선 예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사전은 실생활에 필요한 낱말의 쓰임새보다는 뜻풀이에 치우치고 있다. 이런 불만을 해소해줄 예문 중심의 사전이 국내 처음으로 출간된다.
「우리말 갈래사전」 「겨레말 갈래 큰 사전」의 저자인 재야한글학자 박용수씨(62·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가 순우리말의 활용례를 모아 이달말 서울대출판부에서 「겨레말 용례사전」을 펴낸다.
문체부가 한글문화연구회에 93년부터 매년 4,500만원씩 3년동안 1억3,500만원을 지원, 결실을 맺게 된 대사전이다.
「겨레말 갈래 큰 사전」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사전은 갈래사전에 올려진 낱말 8만2,000여개중 6만여개의 용례를 모았다. 책의 규모도 4×6배판에 2,200쪽이 넘을 만큼 방대하다.
「예문을 통해 단어를 이해하면 실생활에서 쓰기도 쉬워진다」는 게 사전제작의 취지. 청각장애인이면서도 순우리말의 발굴에 남다른 정열을 쏟아온 박씨는 『한자중심의 언어교육을 받아온 탓에 갈래사전에 나오는 토박이말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우리 고유어를 일상생활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뜻풀이는 별 게 아니라도 쓰임새를 예시하지 않으면 말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박씨는 단어마다 같은 말, 잘못 쓰이는 말, 큰 말, 작은 말, 센말, 여린 말등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용례를 소개하고 있다. 용례는 당초 문학작품에서 수집하려 했지만 토박이말의 사용례가 많지 않아 계획을 수정, 대부분을 새로 지어냈다. 대신 격언이나 속담, 경구, 관용구등은 용례의 한 형태로 보고 가능한한 많이 예시했다.
북한사전인 「현대조선말사전 2판」과 「조선말대사전」에는 있지만 우리 사전에 없는 북한 토박이말도 상당수 표제어로 수록했다. 또 표준말이 따로 없는 북한말이나 우리 정서에도 맞고 충분히 살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골라 쉽게 풀이했고 다양한 쓰임새를 제시했다. 뜻은 비슷한데 남한의 표기가 다른 경우 북한식 표기도 따로 소개했다. 박씨는 앞으로도 문예창작사전이나 논술사전등 전문분야별 용례사전을 만들 계획이다.
문체부 어문과 담당자는 이 사전에 대해 『잊혀져 가는 우리 토속어를 생활 속에서 어떻게 복원, 활용해야 할지 친절히 알려주는 값진 자료』라며 『문학창작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아주 유용한 우리말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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