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공연 다시 기승에/자경단,호객행위 단속/표현자유 침해 논란도『한탕주의 저질연극을 몰아내라』 연극계가 일부 뜨내기극단의 「벗는 연극」 소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극협회와 서울극단대표협의회는 대학로 질서유지를 위한 자경단을 조직, 8일부터 호객행위 단속을 시작한다. 또 저질연극 근절을 위한 탄원서를 종로구청 동대문경찰서등에 제출, 공권력의 개입을 요청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예술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사법적 제재란 단순치 않은 문제다.
협회의 강경한 태도는 유흥가를 방불케 하는 대학로의 현실 때문. 끌어온 관객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 건장한 전문 삐끼들이 「화끈함」을 강조하고, 가두에서 무료티켓을 나눠준 뒤 입구에서 문예진흥기금 명목으로 3,000원을 받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그 주체들은 연극인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이들. 여배우가 알몸연기를 한 「미란다」를 제작, 공연음란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문신구가 집행유예중인데도 이 작품의 영화개봉에 맞춰 「미란다」를 막올렸고, 지난해 「포르노도 좋아하세요?」로 파문을 불러 일으켰던 김재현이 「채집당한 여자」등으로 계속 이름을 바꿔 가며 공연중이며, 입장수입으로 소극장을 2개나 세운 강철웅의 「마지막 시도」도 꾸준하다. 이 작품들은 모두 존 파울스의 「컬렉터」가 원작으로 원작이 같은 작품은 두가지가 더 공연되고 있다.
그러나 법정에 세워 사법적 판단을 끌어내기 전에는 외설공연을 직접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도로교통법 광고물단속법 공연법에 저촉되는 불법적인 전단배포, 포스터부착, 미성년자 관람등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 자경단의 목적도 바로 무질서한 가두선전을 스스로 정화하면서 이에 대한 처벌을 가능케 하자는 것이다. 협회는 이밖에 현재 신고제로 되어 있는 공연자등록제도를 허가제로 강화, 연극인인지 아닌지도 모를 이들의 공연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제도적 장치마련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 흘린 피땀을 헛되게 할 수 없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각종 공연신고절차가 간소해지고 있는 마당에 연극인들 스스로 족쇄를 차는 것은 퇴행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협회에 등록된 연극인이라 할지라도 작품의 외설성에 대한 판단이 선 긋듯 명확할 수 없으며 전단이나 입간판 외에 뾰족한 홍보수단이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어서 이래저래 난관이다.
예술의전당 유민영이사장은 『타락한 연극은 대중이 도태시켜야 한다. 저질연극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일어날 때 예술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과 시민의 자율적 여과라는 원론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이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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