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분야/「돈 부족」 해소노력속 조직 비대화/세목신설·수입치중 일부 부작용/과세권 부여 등 중앙정부에 열쇠지방자치제를 실시한지 1년이 되었지만 지방행정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리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장들이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는 비용을 절약하거나 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후자쪽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 듯 하다.
▷지방재정 현황◁
재정의 특징은 매우 영세하고 중앙정부에 종속적이며 자치단체간에 재정적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2백47개 지방자치단체들은 96년 예산을 기준으로 30조7천1백23억원을 스스로 조달하고 중앙정부로부터 16조5천3백75억원을 지원받아 총 47조2천4백98억원을 사용한다. 국가 전체예산의 36%에 해당한다.
전국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96년 예산기준)는 평균 62.2%에 불과하며 자치단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별시와 광역시는 89.9%에 이르지만 시와 자치구는 50%를 넘는 정도고 도는 43.1%, 군은 22.5%에 불과하다. 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은 98%인 서울특별시이며 가장 낮은 곳은 경북 봉화군으로 8%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가 30%미만인 자치단체가 전체의 45%인 1백9개에 이르고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해도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도 3개시, 46개 시군, 1개 자치구에 이르고 있다.
▷지방재정수입 증대 노력◁
▲지방교부세와 지방양여금:중앙정부로부터 돈을 끌어오는 방법으로 주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장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도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이들 두 재원은 지자체 예산의 14.2%를 차지하고 있다.
▲국고보조금:이 부분에 있어 눈에 띄는 것은 현재 지자체가 처리하는 국가업무중 중앙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거나 부족하게 받는 업무에 대한 지불요구다. 최근 서울시내 25개 구청장들이 지자체가 처리하는 국가업무비용을 전액 중앙정부가 부담토록 요구한 것등이 대표적이다.
▲지방세:지방세목의 신설, 세율의 인상, 과세표준의 현실화, 기업유치를 통한 세수증대등이 포함된다. 지자체장들은 과세대상이 지역주민이 아닌 세목의 신설 또는 인상에 가장 적극적으로 벌크세(인천시) 컨테이너세(의왕시) 입도세(남제주군) 관광세(강원도)등이 대표적이다.
약 1조원에 이르고 있는 체납지방세액의 감축을 통해 세수를 늘릴 수 있다. 경기도의 고액지방세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조치 시도가 여기에 속한다. 기업 유치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방세 수입을 늘리고자 하는 노력은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발견된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와 월드컵 유치가 확정되자 지자체장들의 유치경쟁이 시작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세외수입:지자체 수입가운데 41%, 지방채수입을 제외해도 33%에 이를뿐 아니라 사용에 제한이 적어 가장 주목받는 부분이다. 각 지자체는 다투어 무역회사나 특산품판매회사의 설립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익성의 맹목적 추구는 더욱 중요한 가치인 공익성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고 행정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책◁
문제해결의 열쇠는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우선 중앙정부에 돌아가는 재원의 일부를 지자체에 돌려주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필요한 과세를 할 수 있는 권한과 수익자부담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방법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혜택뿐 아니라 부담까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곳에서 꽃피기 때문이다.<김재훈 서울산업대 교수·산업행정학>김재훈>
◎재정확충 사례·문제점/영리목적 회사 설립 “붐”/무역·특산물 판매회사 등 앞다퉈 추진/일부 과잉경쟁·판단 잘못 손실 우려도
지자체들이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 벌이고 있는 사업중 두드러진 것은 무역회사 및 특산품판매회사의 설립이다. 전북은 전북종합무역주식회사, 전남은 전남무역을 만들었고 전남이 구례군 및 농협과 함께 (주)지리산샘물을, 충남 보령시가 바다진흙을 이용한 건강종합센터를 설립코자 하고 있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또 전남 여천시는 지역의 석유화학단지를 대상으로 제품포장팩 공장을 직영해 연간 7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릴 계획이고 인천 서구는 제2청사부지에 골프연습장을 만들어 연간 15억원정도의 수입을 올릴 것을 추진중이다.
지방세를 많이 거두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이 경우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세금부담이 외지인에게 지워지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최근 속초시의 외지인소유 별장용 아파트 및 오피스텔에 대한 적극적인 중과세 시행이 좋은 예다. 주말이나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아파트에 대해 별장용으로 과세함으로써 지방세누락분 8억6천5백만원을 더 거둘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지방세 수입을 늘리는 노력과는 별도로 수입감소를 막는 방법도 등장했다. 강원 홍천군은 지방세 감면대상인 모병원에 세금을 부과했으며 병원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비록 중앙정부가 의료취약지에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각종 지방세를 감면하도록 했더라도 이는 지방정부의 고유권한을 침해한 잘못된 조치라며 병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지자체들간의 과잉경쟁이나 그릇된 판단은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다 준다. 아직 우리는 그같은 뚜렷한 경우가 없지만 외국에서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공장을 유치한 미국 켄터키주 스코트카운티의 경우 한 사람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지불한 돈이 무려 10만8천3백33달러가 되어 면밀한 분석없이 기업유치에 나섰다가 지방재정이 엉망이 됐다.<이상호 기자>이상호>
◎조직·인사/효율보다 행정수요 이유로 늘려/발탁인사 줄고 연공서열 보편화
「걸음마」지자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방만한 조직의 대수술이 요구된다. 조직개편 및 인사개선은 정부에 따르기만 했던 종속행정에서 주민욕구를 반영, 지역발전을 이끄는 자치행정으로 전환시키는 전제이기 때문이다. 올 5월말 현재 15개 광역자치체와 2백45개 기초단체 대부분은 조직정비를 마무리지었으나 행정수요 실사등의 치밀한 준비없이 의욕만을 앞세웠던 탓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인사에서도 능력위주 보다는 연공서열 및 엽관형이 많아 뚜렷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직개편◁
지자체 조직개편은 행정수요만을 감안한 확대쪽으로 방향이 모아졌다. 관광자원 보고인 강원도는 관광문화국이, 중소기업이 밀집되고 기업경기가 지역경제를 좌우하는 인천과 경기등에서는 중소기업진흥과, 투자담당관실등이 신설됐다.
봉사하는 행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주민자치계(경남), 시민생활계(대구) 등 민원부서도 강화했으며 광역행정이 필요한 교통 안전 환경부서의 독립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내무부간 갈등도 빚어졌다. 서울의 경우 16실·국·본부로 조직수가 제한되는등 모든 지자체의 조직·정원은 내무부로부터 통제를 받았다. 전북도가 민방위국을 민방위과로 축소하고 내무국을 자치행정국으로 개칭하려는 시도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내무부통제가 공직의 무한팽창을 막는데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내무부 역할은 지자체의 행정행위에 합법성을 확보해주고 정부와 지자체를 연계해주는데 그쳐야 한다. 외국처럼 내무부 대신 광역단체별로 국가행정청을 두어 국가사무를 관장하는 방안도 연구해볼 만하다. 원론적으로 조직개편은 비용절감이라는 잣대로 군살을 뺀 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 능률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원칙은 대체로 지켜지지 않았다. 자체수입만으로는 인건비도 충당할 수 없는 지자체가 1백35개에 달하는데도 군살을 빼기는 커녕 조직을 확대, 밥그릇 키우기가 지속됐다. 이러한 가운데 전남도가 계수를 줄이며 임시조직인 「실·국계획팀」을 활용한 것이나 경북 김천시가 직원 60명을 줄인 비용으로 문화회관을 건설한 것은 좋은 본보기이다.
▷인사◁
발탁인사는 없어지고 안전제일의 연공서열인사가 만연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올 1월 조직개편과 함께 단행된 3급승진인사에서 연공서열만이 변수로 작용했다. 사정은 타시·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전시 4개구 직원 2백명중 87명(45.3%)이 관선시대와 차이가 없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방공무원들은 『단체장들이 재선을 염두에 둬 인사부작용을 적게 하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봐주기식 엽관형 인사도 이루어져 인천에서는 지방서기관으로 승진된 지 1년7개월밖에 안된 직원을 국가서기관으로 임명했고, 경남 남해, 전남 고흥등에서도 단체장과 연고가 있는 직원이 요직에 임명됐다. 단체장들은 능력위주의 인사를 통해 조직의 활성화를 이루면서 공무원이 아닌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어야 한다. 이것이 다음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임도빈 충남대 교수·자치행정학>임도빈>
◎모범적 조직개편 사례/경남·서울 동작구 “호평”/중복업무 통폐합·조정 잉여인력 감축/하위직 승진기회 확대 등 불만 해소도
전국 지자체중 조직개편후 비교적 호평을 받은 곳은 경남도와 서울 동작구등을 꼽을 수 있다.
경남도는 1월 12실·국 47과 1백63계 1천1백72명인 조직을 2과 9계 45명이 감축된 12실·국 45과 1백54계 1천1백27명으로 개편했다.
비용개념에 따라 기구최소화를 원칙으로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실·국·과등 31개를 통폐합하고 34개부서는 기능을 조정했거나 보강했다.
도는 정책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8급이하 하위직 위주로 감축하되 6∼7급 정원을 상향조정, 하위직의 승진기회를 확대하는 등 공무원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였다. 도는 조만간 방만하게 운영돼온 직속기관과 사업소에 대해서도 조직진단을 통해 감축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혁규경남도지사는 당시 『앞으로 98년까지 정원 1백60여명을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서울 동작구도 기초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27과 95계중 6과 10계를 없애 2백65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기구개편을 단행했다.
동작구는 최소의 조직·인력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지난해 7월 감축행정기획단을 구성, 조직 인력 예산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일반직은 9백9명인데 반해 기능직등이 1천2백여명으로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이 지적됐다. 개편내용으로는 산업과와 환경과를 산업환경과로, 사회복지과와 가정복지과를 사회복지과로, 국민운동지원과와 생활체육과를 사회진흥과로 각각 통합했다.<이영섭 기자>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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