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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불만이 쌓여 생긴 ‘마음의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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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불만이 쌓여 생긴 ‘마음의 병’

입력
1996.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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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감정 억제말고 말로 표현을가슴이 뛰고 답답하며 숨이 막히는 것같다. 무언가 속에서 치밀어 오르고 몸에 열기가 나며 화끈거린다.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쑤시기도 한다. 입이 마르고 목이나 가슴에 덩어리가 뭉쳐 있는 느낌이 든다. 어지럽고 잠을 못자며 소화가 안되고 입맛도 없다.

그런가 하면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같아 마음이 불안하고 살아온 게 후회스럽고 허망해서 한숨을 자주 쉰다. 사는 재미가 없고 짜증이 나며 일이 손에 안잡힌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히기도 하고 잘 놀라기도 한다.

우리네 옛선조들은 이런 증세를 「화병」이라고 했다. 화병은 요즘말로 일종의 노이로제인데 살아오는 동안 쌓였던 울분들이 어떤 일을 계기로 해서 마구 튀어나온 상태이다. 종기가 곪아 터져서 고름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과 같다.

이런 병은 신경정신과에서 아주 간단하게 치료된다. 특수한 약을 쓰기도 하고 면담을 통해 쌓였던 사연을 다 쏟아냄으로써 증상이 없어진다. 병이 든 것이라 생각하고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면서 종합검사를 받지만 몸에 이상이 발견될 리가 없다.

화병은 중년부인에게 흔히 나타난다. 특히 불쾌한 일을 당하거나 마음의 고통을 느낄 때,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참기만 하는 성격에서 잘 생긴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므로 옆에서 보기에는 아주 마음좋은 사람이란 평을 받는다. 하지만 괴로움을 참고 차곡차곡 마음 속에 묻어두는 까닭에 그것이 넘치게 되면 화병으로 터져나오는 것이다. 화병을 예방하려면 불쾌할 때는 그 감정을 말로 차분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김광일 한양대 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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