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 홍콩 사로잡는 “한국의 맛”/신라면 대리점 열어 매달 52만개 판매/김치·초코파이 등 확대 중국 진출 노려홍콩의 신라식품공사 김맹수 사장(44)은 홍콩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에게 「한국의 입맛」을 파는 이색 기업인이다. 경력도 특이하다.
홍콩의 한국출신 기업가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국내상사와 무역회사의 지점장 혹은 직원으로 근무하다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 독립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이리 남성고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김사장은 언론계에 있던 형의 권유로 80년 가족들을 데리고 홍콩에 왔다.
한동안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독립한 김사장은 중동에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에 선물용품을 수출하면서 사업기반을 다졌지만 중동붐이 시들해지자 위기를 맞았다.
이후 3년여동안 모든 것을 잃은 김사장은 자신의 실패가 전문품목없이 사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판단, 한국교민이 운영하다 재미를 못 본 식품소매점을 인수했다. 약 2년간 소매점을 운영하던 김사장은 우연히 한국인들이 승선하던 선박에 식품을 납품하면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언제 올지 모를 배를 기다리며 밤낮없이 일한 덕이었다.
김사장은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홍콩 현지 식품업계에 진출키로 결심했다. 93년 한국 농심에서 만든 「신라면」 대리점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식품사업에 손을 댔다. 한국을 관광하고 돌아오는 홍콩인들이 신라면을 상자째 사오는 것을 보고 신라면 판매를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사장은 신라면이 홍콩의 현지라면과는 가격경쟁에서 당할 수 없다고 판단, 값비싼 일본라면을 파는 야오한 등 일본계 홍콩백화점을 공략대상으로 삼고 판촉에 나섰다.
신라면은 쌓아놓기가 무섭게 상자째로 팔려나갔다. 현재는 신라면만 월 52만개(2억3,000만원어치)를 판매하고 있다.
신라면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김사장은 현재 종가집 김치, 초코파이 등 한국의 경쟁력있는 식품과 제품으로 판매종목을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리온의 초코파이, LG화학의 옥시크린, 치약, 칫솔 등의 홍콩 수출창구를 맡아 중국진출에도 진력하고 있다.
신라식품공사 등 4개 회사에 26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김사장은 앞으로 홍콩내 한국식품 종합매장을 개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홍콩=조희제 기자>홍콩=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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