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및 5·18사건 18차공판이 1일있었다. 이날 신현확 전 국무총리와 최광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에 대한 검찰·변호인 증인신문 내용은 우리에게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12·12, 5·18의 핵심을 가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최규하전대통령의 증언이 왜 불가능한가 하는 것이다.그동안의 공판진행과 관련자 증언을 살펴보면 하극상과 내란 및 정권찬탈등 일련의 과정에 대한 웬만한 주변내용은 거의 다 나왔다. 따라서 이제는 12·12사태 발판이 된 정승화 당시계엄사령관강제연행을 사후에라도 최종 재가했고, 어떤 경위에서든 정권을 신군부에 넘겨주고 하야해야 했던 가장 결정적 증인인 최전대통령의 최종적 진상밝히기만 남았다고 우리는 본다.
1일의 공판에서 당시 최씨 다음의 최고위직에 있었던 신전총리가 출두해 증언을 한 것도 순서로 봐 최씨가 더 이상 증언을 미룰 수 없음을 잘 말해 준다. 더욱이 신씨는 이날 『정총장연행은 분명한 하극상』이라 하면서도 『재가과정엔 강압이 없었고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재가했다』는 요지로 검찰과 변호인 양쪽의 손을 결과적으로 골고루 한번씩 들어주는 내용으로 증언, 최종판단을 위해서는 최씨 본인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필요해진 시점에 이른 것이다.
최씨가 그동안 고집스레 일관해 온 증언 및 진술거부는 본인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나 엄청난 국민적 실망을 사온것 또한 사실이다. 대통령도 주권자인 국민의 공복중 일원이다. 특히 최씨는 국민주권과 국가운명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한 사건 당시의 국가원수였기 때문에 더욱 그 시대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커다란 역사적 책무마저 있다는 게 국민적 합의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최씨가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하겠다. 대통령 직무수행중의 일에 대해 검찰조사를 받는 게 후대의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는 주장을 내세웠는가 하면 관련 인사들에 의한 증언으로 당시 상황이 이미 파악됐다고 대국민성명까지 발표했다. 지난 88년 국회 광주특위때는 국회의 증인출석요구에 불응, 헌정사상 전직대통령으로는 최초로 국회모욕죄로 고발당했다가 기소유예되는 전례까지 남긴 바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재판부에 의해 지난 20일 검찰·변호인측 증인으로 공식 채택되었기에 계속 증언을 거부할 경우 사법적인 강제구인마저 가능케 되어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강제구인이란 아마 국민들도 원치 않을 것이다. 최전대통령은 한 개인이 관여된 사건이 아니라 당시 이 나라 역사의 한 부분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증언을 해야 함을 통찰해야 한다.
도도한 역사의 물결 앞에서 더 이상 뭘 감추고 어떤 체면을 더 차려야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지금 궁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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