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화호대책팀은 지난 주말 호수의 썩은 물(폐수) 3천3백50만톤을 기습방류했다. 그것도 이 방류가 인근해안에 어떤 영향을 줄지엔 아무런 설명 없이 단행했다. 대책팀은 원래 하루평균 5백만∼7백만톤의 물을 방류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29일 첫날엔 1천4백50만톤을, 30일엔 무려 1천9백만톤을 한꺼번에 쏟아 보냈다.먼저 당국의 해명을 들어봐도 모순은 하나둘이 아니다. 대책팀은 주말 서울·경기일원에 호우주의보와 폭풍경보가 내려졌고, 특히 1백㎜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어 상류지역인 반월공단과 안산시의 침수를 우려했다고 한다. 따라서 방재차원에서 긴급방류를 결정하게 되었고, 환경부와의 사전협의절차도 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우주의보는 당일 하오에 해제되었을 뿐 아니라 강우량 역시 30㎜에 그쳤고 30일 상오엔 폭풍주의보까지 해제되었는데도 다시 엄청난 양의 폐수를 바다에 흘려 보냈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홍수대비가 아니라 골칫덩어리의 무책임한 방류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비오는 날을 틈타 폐수를 버린 한탄강의 공해공장주의 행동과 무엇이 다른지 알 길이 없다.
우리는 반드시 주변주민이나 환경단체들의 주장과 요구가 모두 옳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경의 최종 책임자인 정부가 하는 일이면 모두가 수긍하고 안심하는 가운데 수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조치와 실행에 앞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예방하고 준비하는 게 당연한 의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나 우려는 지금의 시화호 상태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기준치의 4배가 넘는 42.5PPM에 부유물질이 51.6PPM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곳의 썩은 물이 그대로 서해안에 흘러들 경우 일반 어류는 물론, 바다밑 패류에 주는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또한 시화호로부터의 수계환경이 섬과 방조제뿐만 아니라 서해연안에 집중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다. 이런 여러 주장들에 대해 관련부처들이 사전조사나 분석을 공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강력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무단방류 사태를 보며 급기야는 관련학자들까지도 당국의 무모하고 무계획적인 조치를 나무라고 있다. 7∼8월은 고기들의 산란기여서 중국도 이 기간에 어로행위를 금지토록 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는 터에 이 무슨 해괴한 처사냐는 지적이다. 이번의 대량 폐수방류는 앞으로 어떤 재앙을 초래할지 알 수가 없다. 늦게라도 분명히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 그리고 폐수방류에 대비한 사전분석·연구를 통한 환경영향 평가만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하지 않으면 안될 것임을 거듭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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