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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민주주의 가능성 확인/청주 여론조사 총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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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민주주의 가능성 확인/청주 여론조사 총평가

입력
1996.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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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무기력 탈피 정치적 영향력 증대 실감민선자치단체장 출범이전의 중앙집권체제 아래서는 모든 행정이 계층적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조직속에서 운영됐다. 모든 권한은 중앙에 집중돼 있었고 지방은 중앙의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행정을 수행하는 대리인에 불과했다.

관선 단체장은 마음이 있더라도 권한이 적어 지역주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고, 주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중앙의 행정책임자를 찾아가 자신들의 민원을 호소하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행정책임자가 멀리 떨어져 있어 주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고, 용케 접근하더라도 주민에 의해 통제를 받지않는 임명직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주민을 대하는 자세가 권위주의적이거나 고압적이기 일쑤였다.

지방자치는 이같은 대규모의 중앙집권적 행정을 소단위로 쪼개 운영함으로써 주민이 행정에 접근하는 것을 쉽게 만든다. 또 주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은 주민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닌,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복으로 바뀌게 된다.

민선단체장 체제 출범이후 지방자치의 이러한 가치들이 어느 정도 충족됐느냐를 무작위 추출,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적으로 응답한 시민이 부정적인 시민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선 행정에 대한 주민의 접근이 보다 쉬워졌고, 공무원의 대민자세가 탈권위적으로 변했으며, 주민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주민의 정치적 자신감은 무엇보다 주민이 지역정치인을 선출하는 유권자의 지위를 갖는데서 연유한다. 주민이 갖는 투표력의 결과, 지역주민은 주민의 요구에 무반응하거나 의사에 반해 행동하는 지역정치인을 다음 선거에서 징벌할 수 있게 됐다.

즉 주민은 행정에 요구를 제시할 때 선처를 부탁하는 과거의 무기력함에서 탈피해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요구를 행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주민의 정치적 효능성은 점차 증대되며 지역정치인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보다 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주민참여가 확대되고 주민의 요구에 대한 행정의 반응이 빨라졌으며, 시정에 대한 주민의 인지도도 높아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방자치는 대의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이 시정에 직접 참여할 통로를 제공해준다. 대의제도 하에서는 주민이 기껏해야 자신이 선출한 의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자치는 주민참여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제공했고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증대시켰다.

이처럼 민선단체장 출범이후 긍정적으로 변화한 지방자치의 가치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살펴보기 위해 지방자치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주민참여에 대한 공무원의 인식을 탐색해봤다.

결과는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다는 것이었다. 공무원들은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민의 의사가 시정에 반영될 수 있는 주민참여 방식을 선호했다.

한편 지방자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를 확대시키는 것 못지 않게 지역내 사회적 형평성을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내 약자의 이익을 희생시킨 채 소수의 특수계층의 이익만 반영한다면 자치의 의미는 반감된다.

이에 대해서는 두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지방자치가 지역내 형평성을 증대시킨다는 것이고, 다른 시각은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악화시킨다는 이론의 근거는 자치단체가 사회적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재배분정책을 추구하다 보면 지역내 중산계층과 기업에 과도한 과세를 할 수밖에 없게되고 그러다 보면 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대신 다른 지역의 빈민을 유입시킨다는 견해에서 출발한다. 두견해중 어느 쪽이 우리 자치단체의 정책성향을 반영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경험적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이번 조사에 포함된 질문은 지방자치의 미래를 예견할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이익이 강자의 이익에 우선해 시정에 반영돼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공무원의 70%, 주민의 80%가 사회적 강자의 이익을 희생시키더라도 약자의 이익이 도모되는 방향으로 시정이 운영돼야 한다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청주시민과 청주시 공무원의 인식을 통해본 민선단체장 출범 이후 지방행정의 변화는 지방자치를 통해 우리가 기대했던 가치들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됐으며, 앞으로의 발전 전망도 희망적이라는 것이었다.<유재원 고려대 행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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