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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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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는 1백20년전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후 볼쇼이 발레단에 의해 수없이 무대에 올려진 러시아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과 함께 춤 없이 음악만으로도 세계 클래식 팬의 사랑을 받는 명곡이다. ◆「백조의 노래」 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가곡집 이름이다. 「겨울 나그네」 처럼 연가곡이 아니라 그가 죽은 후 유작들을 모아 간행한 것이다. 그 중에는 유명한 「세레나데」도 들어있지만 「백조의 노래」 라는 곡은 없다. 백조는 잘 울지 않지만 죽음을 앞두고 한번 우는 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워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는 뜻으로 출판사가 책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그러나 속설과 달리 백조는 종류에 따라 전혀 울지 않는 벙어리가 있고 코 고는 소리를 내거나 돼지처럼 꿀꿀대는 꽤 시끄러운 놈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다만 깊은 숲속의 호수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우아한 모습에 매혹돼 사람들은 이 희고 목이 긴 새를 사랑하게 되고 그런 전설 비슷한 얘기를 만들어 낸 것뿐이다. ◆러시아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슬라브 민족주의자 레베드장군은 선거후 그의 정치적 장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러시아는 백조의 나라다. 레베드는 러시아의 상징이다」 라고 대답한 것으로 보도됐다. 러시아 말로 레베드는 백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자기자신이 러시아의 상징이라는 뜻이다. ◆옐친 대통령은 결선투표 승리를 위해 그 레베드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국내치안과 경찰, 군부, 대외정보활동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위원회 서기에 취임한 레베드는 공수특전사령관 출신이다. 이런 경력에 권투로 단련된 그의 강인한 이미지는 아무래도 백조와는 거리가 멀다. 자기가 바로 국가라는 그 자부심과 대통령을 능가하는 권력을 양손에 쥔 그의 행보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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