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 낙오자 예방 중점”/다양한 매체 올바른 이해·사용 필수/창조적 활용능력 배양 삶의 질 개선/학교부터 시작해 점차 사회각분야 확대21세기 정보사회는 멀티미디어시대이다. 신문 TV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는 물론 PC통신 인터넷 CD롬 등 다양한 미디어들이 넘쳐 흘러 이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다.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뉴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한국일보사가 서강대 언론대학원과 공동으로 미디어교육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20여년동안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주창해오면서 한국일보사와 공동으로 미디어교육 캠페인을 전개하는 서강대 언론대학원의 최창섭 원장(55·한국미디어교육연구 회장)을 만났다. 최원장은 『미디어교육의 목표는 미디어를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교육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디어교육의 개념을 설명해주십시오.
『디지털혁명으로 불리는 현대사회의 눈부신 발전은 정보통신 기술의 진보에서 비롯된 새로운 삶의 조건들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정보사회」라고 부르는 이 공간은 무엇보다 미디어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사회입니다. 왜냐하면 미디어는 정보를 실어나르는 수단에 불과하지만 수용자 입장에서는 결국 「정보원」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는 「미디어의 핵우산」 아래에서 살아야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라면 당연히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미디어교육을 우리의 사회문화적 삶, 또는 그 환경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미디어환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창조적 활용」이 미디어교육의 핵심개념입니다. 우리가 물리적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삶을 영위할 수 있듯이 정신적 환경을 구성하는 미디어환경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교육이란 미디어환경에의 적응교육입니다. 그러나 적응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릇 발전 진보란 적응을 뛰어넘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미디어의 「창조적 활용(Creative Use of Media)」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디어를 창조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정신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미디어라고 한다면 누구나 「미디어맹」에서 벗어나 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알고 보면 「컴맹」도 「미디어맹」의 일종에 불과합니다』
―새삼 지금에 와서야 미디어교육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겠습니까. 현재까지의 모든 교육이 어떤 면에서는 미디어교육을 포함하고 있는데 굳이 미디어교육을 따로 떼내 얘기할 필요가 있습니까.
『매체의 종류가 몇개 되지 않던 시대, 또는 활자문명이 중심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던 시대에 미디어교육은 곧 문맹퇴치의 문제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다종다기한 미디어들이 등장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 놓고 있습니다. 이제 문맹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활자 또는 글이 하나의 미디어로서 나름의 논리와 체계를 지니고 있듯이 현재의 미디어들도 나름의 논리와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미디어들의 논리와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디어교육이란 멀티미디어시대의 다양한 미디어들을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능력과 힘을 배양하는 정보교육입니다』
―정보사회와 미디어교육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
―『정보사회란 정보와 지식이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이며 각종 미디어에 의해 조성되는 사회입니다. 정보사회에서는 글로벌화로 대표되는 거시적 변동과 개인과 작은 집단들이 다원적으로 존재하는 미시적 변동이 공존하는 사회입니다. 세계는 점점 더 작게 응축되고 있으며 동시에 잘게 찢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교육이 필수적입니다. 다뤄야 할 정보의 양은 늘어나고 정보를 실어나르는 미디어들도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만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는 공간입니다』
―미디어교육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미디어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환경에 적응하려면 주변환경을 알아야 하고 기능과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경제성장이라는 양적 논리에 치우쳐 삶의 질을 도외시한 대가로 심각한 부작용들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이라는 논리는 자연을 대상화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려 했습니다. 이제는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삶의 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교육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미디어교육은 미디어에 의해 조성된 문화적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잠재력과 위험성을 밝혀내 역기능은 극소화하고 순기능은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미디어환경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미디어 예방접종」을 하고 이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디어교육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 합니까.
『가장 중요한 일은 역설적으로 「미디어교육」 자체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디어교육은 철학이자 방법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공허한 슬로건에 머무를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국민차원의 캠페인을 전개해야 합니다. 교육현장인 학교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미디어교육을 담당할 교사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또 교육부를 비롯한 정책담당자들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커다란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캠페인의 확대와 지속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느정도 인식의 공유가 이뤄진 다음에는 초중고의 정규교육과정에 미디어교육을 포함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각급학교의 교육담당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연수활동과 전문교사 양성활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교사들이 미디어교육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로부터 미디어교육의 가닥을 잡을 수만 있다면 급한대로 필요한 만큼의 교육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미디어교육을 위한 교육과정과 교재개발도 함께 진행돼야 합니다. 이와 함께 각급 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등 민간이 주도하여 사회교육 평생교육 청소년교육으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디어교육이 나름대로 틀을 잡아나간다면 미디어의 창조적 이용을 통한 질 높은 생활환경을 조성토록 노력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적응을 중심으로 시작하되 점차 미디어를 「창조적으로 이용」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미디어교육에 대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년전인 75년 국내 최초로 미디어교육의 개념을 도입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서강대를 중심으로 작게나마 교사와 교회지도자 각급 사회단체 교육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기도 했습니다. 현재 서강대 언론대학원에 1년단위의 연구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호주 영국 등의 미디어교육 단체들과 프로그램 교류등을 시도하여 국내 미디어교육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미디어교육을 도입하고 관련된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연구작업을 진행해 마무리단계에 있습니다』<김주언 기자>김주언>
◎외국의 미디어교육 실태/호,70년대부터 정규과목 포함/영·일 프로그램 개발 등 체계적 교육/남미 등 개도국선 민주화 등 일환 추진
다양한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미디어교육」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돼왔다. 대중매체 보급실태에 따라 미디어교육의 필요성과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나라마다 특색있게 실시된다.
미디어교육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는 호주다. 70년대 시작된 호주의 미디어교육은 초중등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TV 라디오 영화 신문 등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싹트면서 이에 관한 내용이 학교의 정규커리큘럼에 흡수돼 체계적으로 발달돼 왔다. 교육내용은 대중매체의 성격에 대한 이해로부터 활용법등 주체적인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주가 되고 있다. 호주에는 미디어교육 교사들의 모임(ATOM)까지 결성돼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등 영연방국가들은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함으로써 매체와의 친화력을 키우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지역별로 학교교육의 20∼40%를 매체교육에 할애하고 있다.
미국은 미디어의 발달과 산업규모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체계적인 미디어교육은 다른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다.
언론자유의 보장이 특히 강조되는 상황에서 미디어교육은 주로 매체감시나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의식화교육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히 학교교육보다 사회교육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청소년 여성 학부모 종교단체등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편 언론과 정권이 결탁하는 등 비민주적 정치행태를 띠고 있는 남미 국가들에서는 미디어교육이 저항의 성격을 띠고 있다. 권력에 의한 정보의 독점과 조작에 대항하고 북미자본주의의 침투와 이로 인한 문화종속에 저항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디어교육이 개발돼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의 미디어교육은 도시빈민운동과 더불어 이루어지기도 한다.
아시아국가에서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에 특히 힘을 쏟고 있다. 청소년비행 금연운동 마약복용금지 등의 캠페인을 미디어교육과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시아매스커뮤니케이션연구정보센터(AMIC)는 미디어교육 전담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워크숍과 교육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양성된 교사들은 각국에 돌아가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진다. 현재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아시아국가들 중에서 일본이 가장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의 미디어교육은 그동안 주로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와 청소년 또는 여성단체 등이 중심이 돼 사회교육차원에서 전개돼왔다. 최근에는 학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김동선 기자>김동선>
◆그린넷 캠페인 본부
▲본부장 박정수 국차장 ▲과학부 조성호 부장 김주언 차장 김광일 홍덕기 기자 ▲뉴미디어본부 원인성 이정 차장대우 김병훈 이지선 이윤정 기자 ▲경제부 배정근 차장대우 박정규 기자 ▲사회부 박정태 이호 윤태형 기자 ▲문화1부 변형섭 기자 ▲문화2부 김동선 기자 ▲생활부 서화숙 차장 김병주 김지영 기자 ▲기획관리부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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