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제위기론은 단순히 지표를 보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우리는 본다. 따라서 정부당국자들이 경제위기를 언론등에서 과장하고 있다고 불평하는 것은 옳은 태도라고 하기 어렵다.정부당국자들이 말하는대로 성장률 7% 이상, 실업률 2%, 물가 5% 이하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성적표다. 경기라는게 순환하게 마련이어서 한 3년 호황을 누렸으면 이제 하강국면에 들어설 때도 됐다. 국제수지가 염려스럽지만 그것도 안전선으로 공인받고 있는 국내총생산(GDP) 2% 이하기 때문에 위기라고 말하기는 좀 지나친 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은 이런 숫자에 좌우되는 단편적인 것이 아니다. 지표만 보고 안심할 수 없는 좀 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데서 나오는 근원적인 위기의식이다. 일본 엔화의 향배에 따라 순풍을 만나기도 하고 태풍에 휘말리기도 하고, 반도체 한 품목의 경기가 나라 경제 전체를 뒤흔들어놓기도 하고, 중국이 한번 긴축정책을 쓰면 수출이 전면적으로 위축되기도 하는 우리 경제의 어이없는 취약성에 대해 느끼는 위기의식이다.
그보다 더 위기감을 갖게 하는 것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고비용구조다. 언제 적부터 문제삼아 온 고비용인가.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그렇게들 난리를 쳤지만 임금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가파르게 올라가고 땅값도 내릴 생각을 않고 있으며 고금리도 여전하다. 고비용을 견디다 못해 기업들이 대거 해외로 탈출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으니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갖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할 것이다.
세계 5강이니 G7이니 몇년 안 있으면 3만달러시대가 되니 뭐니 하며 분수 맞지 않게 샴페인을 터뜨려 흥청망청 기분을 내고 돈을 뿌려대는 모습도 위기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 한해 1조원에 가까운 거금을 거침없이 써버리는 호기가 우리로서는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다.
엔저호황에 안일하게 편승해서 무능 무책으로 일관해 온 경제관료들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위기론을 말하는 것은 대책없이 호들갑을 떨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한 가지 과제라도 붙들고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올 때까지 지독하게 한번 노력을 해보자는 것이다. 과소비를 가라앉히고 저축을 늘리는 것만 해도 당장 실천해 들어갈 수 있는 과제가 될 수 있다.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28일 전국 소비자 대회를 열어 경제정책의 일대개혁을 촉구하고 과소비 자제를 다짐한 것은 정부가 주목해 봐야 할 움직임이다.
민간단체들조차 경제를 걱정해서 이렇게 나서고 있는데 정부가 위기론이나 불평하면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실망스러운 태도다. 기업과 근로자 소비자 등 모든 국민이 경제마인드를 되살리고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쇄신하고 경제운용의 목표와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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