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국회를 볼모로 한 여야의 힘겨루기가 정국주도권 다툼의 정도를 넘어선 것 같다. 정치권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차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원구성도 못하는 국회, 타협을 모르는 정치권에 쏠리는 일반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못해 이제 분노에 가깝다. 원구성을 위해 소집된 제 179회 임시국회는 20일을 넘게 겉돌고 있다. 극적반전이 없는 한 「임시국회 회기는 30일」이란 국회법규정에 따라 내달 4일 자동폐회될 운명에 처했다. 국회는 의장단선출을 위해 또 한차례 임시국회를 소집해야하는 헌정사 초유의 볼썽사나운 사태를 맞게 될 공산이 매우 높아졌다.
여야는 파행의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전가한다. 하지만 오십보 백보다. 여기에 귀 기울일 국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 보다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질책이 엄하다.
시급한 민생현안, 산적한 안건의 처리를 내 팽개친 채 소모적 정쟁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 무슨 애착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파행이 장기화하면 할 수록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이로인해 정치권이 입는 상처는 계량할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특히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3김의 카리스마는 치명상을 입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여권은 이번 파행정국의 원인을 제공한데 대해 책임을 면키어렵다. 무리한 과반수 채우기로 빚어진 사태에 대한 책임이 당연히 절반이상이기 때문이다. 독선적 정국운영에 대한 비판과 정치력부재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야당 또한 국회법을 외면하고 개원을 실력저지한 구태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렵다. 과거의 만성적인「개원볼모」파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야합의로 「개원은 임기개시후 7일이내」라고 국회법에 규정한 것이 바로 지난 14대 국회 였다. 여야합의로 만든 법을 어기고 또다시 개원을 볼모로 한 야당의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원구성은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런 그들이 독선적인 정국운영의 방패막이나, 대권야망을 가진 특정개인을 위한 첨병역을 하고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명색이 여권의 대권주자라는 인사들 조차 초선의원들과 함께 의장직무대행의 등단을 돕기 위한 몸싸움조로 나서고, 차기 내지 차차기를 노린다는 야당의 거물급의원이 국회사무총장등단 저지조로 징발되는 현실. 한국의 정치는 「정치9단」들, 3김씨의 장중에 있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경색국면을 풀어보려는 총무협상이 벽에 부딪친 나머지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의회민주주의가 후퇴할 때 정치권이 받을 타격을 한번쯤 생각해 볼 때다. 정치는 완승과 완패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절충과 타협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틀때문에 한달세비를 받는 것은 정당한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반환캠페인을 벌이는 양심의 소리도 있지 않은가. 노사현장에서는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하면서 이 적용법규를 만든 국회가 지키지 않는다면 무슨말로 법집행을 강제할 수 있겠는가.
3김이 나서야 한다. 얽힌 정국을 풀기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아울러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정쟁때문에 개원이 지연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한다. 그리고 국회의 문은 지체없이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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