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주춤속 84년이후 이향인구 20% U턴/중선 “홍콩발전에 필요” 이중국적 인정 방침중국 귀속에 불안감을 느낀 홍콩인들의 이민 열기가 한풀 꺾이는 추세인 가운데 이민갔던 홍콩인들이 홍콩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귀향」홍콩인들은 다른 나라 시민권이나 영주권이라는 「보험증서」를 지니고 있다.
이들의 「귀향」 목적은 단 하나. 자신의 경력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서이다. 이민으로 불안은 해소됐지만 이국땅에서 만족스런 직업을 찾을 길이 없어 가족을 두고 홍콩으로 홀홀단신 되돌아온 것이다.
홍콩에서는 이렇게 귀향한 사람들을 「우주비행사」라는 은어로 부른다. 외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자주 비행기를 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 귀향 가장들은 또 스스로를 「MBA」라고 말한다. 경영학석사라는 뜻이 아니고 「결혼은 했지만 애인은 될 수 있다(Married But Available)」의 영어첫자를 딴 조어이다. 홀가분함을 나타내기보다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외로운 처지를 자조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한다.
현재 홍콩에서 3개의 무역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황위화씨는 홍콩의 공휴일인 영엘리자베스여왕 탄생일과 단오절이 있었던 6월 넷째주 내내 캐나다에 있는 가족들과 상봉하러 홍콩 사무실을 비웠다. 다른 「우주비행사」들 대부분도 황씨와 마찬가지였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의 프랭크 칭 수석편집인은 『중영간 반환협정이 조인된 84년 이후 이향한 홍콩인들은 대략 60여만명에 달할 것』이라면서 『이중 대략 15∼20%정도가 귀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들 귀향인들의 지식과 기술이 반환후 홍콩의 안정과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국적법을 융통성있게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행복한 소수에 속하는 이들 외의 홍콩주민들 대부분도 반환일자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보험증서」를 확보하는데 골몰해 있다. 18만여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의 77%정도가 이미 외국여권을 확보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미국 호주 등이 이민심사를 강화하자 이탈리아 스페인 등까지 이민을 모색하고 있을 정도다.
89년 천안문사태이후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향러시가 반환시간이 다가오면서 중하류층의 탈출러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게 홍콩이민회사 종사자들의 경고이다. 97년 이후 이향과 귀향 중 어느 쪽이 주된 흐름이 될지는 전적으로 중국에 달려있다.<홍콩=조희제 기자>홍콩=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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