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일즈맨 미키 캔터(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일즈맨 미키 캔터(사설)

입력
1996.06.27 00:00
0 0

세계의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상무장관이 멀리 이곳까지 찾아와 미국자동차전시회에 참석해서 한국 통산부차관을 대동한채 몸소 시승을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좋은 차는 미제」라고 강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통상대표부 대표 시절 미국을 위한 시장개방의 해결사로 이름을 날렸던 미키 캔터가 이번에는 스스로 흔쾌히 세일즈맨이 돼서 미제 자동차를 팔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통상관료로서 감동을 줄 만한 자세였다.올들어 국내시장에서 미제자동차 판매신장률이 80%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것도 이런 노력들 때문일 것이다. 어떤 자동차회사 간부의 말처럼 우리도 미키 캔터를 갖고 싶다는 게 국내업계의 반응이다.

미국입장에서 볼 때 한미간에는 심각하게 문제될 만한 통상현안은 없다. 캔터의 1박2일 방한은 비공식 방문이고 상무장관 부임 후 첫 나들이로 아시아의 신흥시장인 태국 인도네시아를 묶어 순방하는 길에 들른 것이다. 캔터가 한국자동차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라 했지만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미제자동차 판매는 이미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미국이 셰어(시장점유율)보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신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참여나 통신시장 개방도 묵은 얘기며 협상과 절충이 진행중이다.

현안이 있다면 오히려 우리쪽에서 절박하게 얘기할 것들이 더 많다. 준비 없는 과속개방으로 국내시장은 외제 홍수에 다 떠내려 가버릴 듯 위급한 상황이고 중소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과소비에 병들어 경제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한해 적자가 1백억달러, 외채 1천억달러를 눈앞에 두고 선진국 시장 특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급속하게 확대돼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가 미국에 할 말은 많다. 컬러TV처럼 성실히 의무를 다한 품목조차 규제에서 풀어 주지 않고 있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는 말도 못하는 게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의 통상관료들이 미키 캔터 같았다면 이런 식으로 캔터를 그냥 놓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가 누구를 찾아왔는지 모르게 통산부장관이 황급히 서류보따리를 챙겨들고 호텔로 찾아가는 모양으로 회담을 하고 건설교통부장관이 대거 실무자들을 대동하고 또 찾아가 면담을 하고 통산부차관이 미상무장관의 미제차 시승식에 조연으로 출연한 것은 우리 국민에게 너무나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한국 장관들을 호텔로 줄줄이 불러 만나는 캔터의 경우에 없는 태도가 미국을 좋아하는 우리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었지만 국익을 위해 해결사도 되고 세일즈맨도 될 수 있는 캔터를 닮지 못하는 우리 통상관료들의 자세는 더 큰 상처를 안겨 주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