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방화시대·외국시와 교류기회/세계문화시민으로 성장 계기 삼아야/개최시 선정 「미래의 비전」 기준 사전 경쟁토록2002년 월드컵은 21세기 문화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지구촌 문화축제. 지금부터의 과제는 「문화월드컵 어떻게 치를 것인가」이다. 문체부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은 27, 28일 서울올림피아호텔 임페리얼홀에서 이 주제로 월드컵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발표될 주제논문 6편중 3편을 발췌, 소개한다.<편집자 주>편집자>
◇서울올림픽과 문화월드컵의 방향(김문환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서울올림픽은 우리의 문화적 역량을 전지구적으로 발신한 최초의 문화전파였다. 그러나 국민 모두의 역량을 바탕으로 이루어낸 서울올림픽의 의미는 연속성을 가지고 전국민에게 파급되지 못했다. 서울올림픽은 화려한 매머드급 행사와 볼거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문화의식이 국민들의 삶의 바탕까지 스며들게 하지 못했다. 다양한 문화행사가 있었지만 행사를 위한 행사로 그쳐 국민의 고양된 열기는 금세 식어버렸다.
2002년 월드컵은 우리 자신과 세계시민의 생활문화에 대한 이해와 동참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돼야 하며 모든 문화행사도 그 방향으로 기획돼야 한다. 월드컵은 올림픽과 달리 전국의 여러 지방도시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문화의식을 전국민에게 파급시키는 문화지방화시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지방마다 공공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과 같은 기본적 문화시설을 구축해야 하며 도시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문화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 문화공원, 광장, 문화의 거리등의 공간을 설치해야 하며 기존의 지역문화행사, 지역축제도 새롭게 기획해야 한다. 자기 지역에서 경기를 벌이는 나라의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통해 월드컵기간 전후에 상호간의 문화접목을 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20세기의 산물인 각종 대립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키자는 차원에서 2002년 월드컵의 지향목표를 「상생의 원리」로 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토대로 각종 문화행사를 기획한다면 상극적 질서를 상생적 질서로 해원 시켜온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일본과 공동개최를 하는 의미도 이 주제에서 찾을 수 있다.
◇문화한국 이미지의 해외선양방안(김순규 문체부문화정책국장)=서울올림픽이 「우리도 잘 사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면 2002년 월드컵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고, 편리한 교통체계를 갖추었으며, 친절한 매너와 시민의식이 돋보이는 「선진한국」의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해외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위상과 비중이 높은 반면 국가적 인지도나 긍정적 이미지는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렇게 저조한 국가이미지로는 21세기에 세계 일류국가가 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5,000년의 긴 역사와 풍부한 문화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화이미지 면에서 잠재력이 크다. 기업의 이미지관리기법인 CI(Corporate Identity) 개념을 적용해 독자성, 대표성, 계속성등을 갖춘 우리의 이미지를 찾고 이를 월드컵을 통해 전세계에 홍보해야 한다. 우리의 문화적 이미지 중에는 긍정적인 것으로 김치, 태권도, 석굴암, 불국사, 한글, 서울올림픽, 한국무용, 국악 등이, 부정적인 것으로는 한국전쟁, 입양고아, 군부독재, 데모, 북한핵 등이 꼽힌다. 이중 한국문화를 대표하고 외국문화와 뚜렷이 구별될 만한 이미지를 골라 시각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태권도를 CI프로그램화한다고 할 때 태권도에 관한 로고나 시각적 상징물을 제작하는 것 외에 태권도를 주제로 한 영화, 기념배지, 태권도종주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태권도전당 등 종합적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제작하고 운용할 때는 우리의 시각보다 외국인의 시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월드컵 개최도시의 문화환경 조성방안(김석철 아키반대표)=서울올림픽은 한강정비와 체육관련시설의 확대 이외에는 뚜렷한 도시적 변혁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일본 도쿄(동경)가 64년 올림픽을 계기로 옛 목가구의 도시에서 오늘의 거대도시로 구조개혁된 것과 대조적이다. 2002년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의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열린다. 지방분권의 전통이 없는 한국에서 월드컵은 서울 변두리같은 지방도시들이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98년 월드컵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 마르세이유, 리옹, 낭트, 보르도 등은 역사적 유적은 물론 오페라하우스와 박물관 등 전용문화공간이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게 많다. 98년보다 2002년이 더 나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우리는 월드컵유치로 오히려 망신당할 수도 있다.
도시문명의 틀이 이미 마련된 일본과의 공동개최에서 지지 않고, 월드컵이 우리의 도시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게 하려면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최도시를 최종 결정하기 전 우리 스스로의 도시선정에 미래의 비전을 담은 평가기준을 정하고 사전 경쟁케 해야 한다. 모든 도시가 어떤 계획을 갖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게 하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등 광역시만이 아니라 비무장지대, 제주도, 서해안 개펄지역도 유치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월드컵시티의 선정기준은 ▲자연과의 공생 ▲역사적 자기정체성 ▲문화공간 인프라 ▲도시의 안전과 접근성 ▲한국형 체육문화공간 등 5가지를 꼽을 수 있다. 6년 안에 이런 기준에 맞는 도시를 만들려면 기존 도시의 구조개혁과 신도시구역의 개발이 동시진행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02년 문화월드컵」이라는 막연한 수사보다는 「2002년 도시문화월드컵」이라는 구체적 이름을 쓸 것을 제안한다.<정리=변형섭 기자>정리=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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