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엄격 증거주의」 원칙 재확인/「모녀살해」 무죄판결 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엄격 증거주의」 원칙 재확인/「모녀살해」 무죄판결 의미

입력
1996.06.27 00:00
0 0

◎검찰 제시증거 대부분 불인정/제3자범행 가능성도 배제못해진범여부로 논란을 빚어온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남편 이도행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엄격한 증거주의」라는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진범은 오직 신만이 알 것』이라며 『재판부는 증거가 유죄입증에 충분한 것인지를 판단할 뿐이나 이번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들은 이씨의 범행을 명백히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수사기관의 유죄입증책임을 분명히했다.

검찰은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사망시간이 사건당일 이씨의 출근시간인 상오7시 이전』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서울대, 고려대 법의학자들의 시신감정 결과등을 토대로 이씨의 범행을 입증하려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조목조목 검찰증거자료의 「불완전성」을 짚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은 사후 6∼8시간만에 나타나는 시반을 근거로 사망시간을 지난해 6월12일 새벽1시30분∼6시30분으로 추정하나 정작 부검당시에는 반점이 사라진데다 법의학자들의 해명도 불충분해 문제의 반점을 시반으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신의 경직상태에 따른 사망시간 추정에 대해서도 『시신경직은 주위온도에 따라 달라진다』며 당시 시신이 섭씨 20∼30·5도의 뜨거운 물에 잠겨있었음을 상기시켰다. 이밖에 위장내용물도 『전날 저녁음식만을 검사했을 뿐 아침식사를 했을 경우를 간과했다』며 증거능력을 배척한뒤 일부 양성반응을 보인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도 전제조건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밖에 부인의 불륜관계와 성격차이등 범행동기부분도 추측에 불과할뿐 직접동기로 볼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커튼끈이 범행도구로 사용됐다는 부분에 대해 『이씨가 가족을 살해하기로 결심할만큼 격분한 상태에서 침착하게 커튼줄을 풀어가며 범행을 준비했다는 점은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와함께 제3자의 범행가능성이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현장검증결과 외부인이 경비원 몰래 아파트에 침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반박한 뒤 『이씨의 지문과 혈흔, 보조열쇠등 범행의 직접증거가 없는 한 이씨를 범인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판결후 검찰은 『재판부의 증거해석에 논리가 결여돼 있다』며 즉각 상고의사를 밝혔으나 변호인측은 『이번 판결은 직접증거없이 심증과 정황증거만으로 범인을 예단해온 수사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박정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