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를 통한 한국인들의 미국 밀입국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최근 만났던 미국 관리들은 『한국인들이 밀입국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밀입국자들은 저개발국 출신이 대부분인데 한국같이 잘사는 나라에서 무엇이 부족해 밀입국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먹고 살기가 그렇게 힘드냐』는 조소가 담겨있는 듯했다. 이들은 너희 조상은 허가받고 미국땅을 밟았느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우리는 현재 미국 국민으로서 미국법을 지키고 있을 따름』이라고 대답했다.사실 밀입국자들은 자기 나라에서는 정치·경제적 이유로 도저히 살 수 없어 조국을 등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멕시코등 남미인들은 밀입국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달 중순에도 멕시코 접경지대인 애리조나주 피닉스 사막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던 멕시코인 5명이 길을 잃고 헤매다 숨진채 발견됐다.
한국인들의 밀입국 이유는 조금 다르다. 미국에 정착해 있는 가족과 함께 살려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래서 「가족상봉이라는 인간적인 염원을 막고 있는 미국 정부가 잘못」이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또 이민자의 후손인 미국인들이 이제와서 자기들만 잘 살겠다고 이민을 제한하는 것은 억지이기 때문에 그런 법은 따를 필요조차 없다는 이도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지구촌 모든 민족이 어울려 살아온 미국 사회는 「용광로」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 범죄자가 아닌 이상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문호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는 물론 합법 이민자도 줄이겠다는 미국의 정책은 흔들릴 기미조차 없다. 우리는 수긍하기 힘들더라도 미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밀입국은 분명 불법행위다. 밀입국은 한국 정부로서는 숨기고 싶은 치부일 수 있다. 하지만 밀입국 문제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미국 정부에 한국 이민 쿼터를 더 늘려주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든지, 밀입국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을 막든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밀입국자를 무조건 야만인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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