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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넘은 대기오염 미·멕시코 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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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넘은 대기오염 미·멕시코 알력

입력
1996.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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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빅벤드 국립공원 매연에 휩싸여/“멕시코 화전이 주범” “입증 안됐다” 실랑이미국이 텍사스주 서부에 있는 빅 벤드 국립공원의 대기오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빅 벤드 국립공원은 국경을 따라 흐르는 리오 그란데 강 연안에 크고 작은 협곡을 이루며 자리잡아 뛰어난 자연풍광을 자랑한다. 이 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끝없는 자연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 주는 깨끗한 공기다. 몇년전만 해도 맑은 날에는 100㎞ 쯤 떨어진 치소스 산맥의 경치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 그림처럼 선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시거리가 반이하로 줄어들었다. 대기가 그만큼 오염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공원에서 200㎞ 남쪽에 있는 멕시코의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지목하고 있다. 94년 완공된 이 발전소는 규모로 보아 이산화황을 매년 25만톤씩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텍사스주 대규모 공장 28개의 배출량을 합한 양보다 많다. 미국 정부는 이 발전소가 뿜는 이산화황등 매연물질이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와 공원을 오염시킨다고 믿고 있다. 초여름인 요즘에는 북서풍이 강해 피해가 더 심각하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공원 대기오염 문제를 놓고 멕시코 정부와 접촉하고 있지만 속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염 정화시설 설치비용 지원등을 미끼로 멕시코 정부를 달래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치를 밑돈다.

멕시코는 우선 화력발전소가 공원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미국측 주장에 이의를 단다. 발전소는 멕시코 환경법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전에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연료를 석탄대신 공해가 적은 천연가스등으로 대체하라는 미국측의 권고에는 광부들의 대량 실직 가능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이산화황 방출허용 범위가 미국에 비해 7배나 높은 멕시코 환경법을 개정하라는 요구에도 주권침해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일부 환경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특별세라도 만들어 멕시코 화력발전소에 정화장치를 직접 설치하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멕시코 정부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고민끝에 미국 정부는 최근 멕시코측과 발전소, 공원등에 대기오염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오염측정기를 설치키로 합의하는 선에서 물러섰다.

그렇지만 이 연구는 3년뒤에나 결과가 나와 그동안에는 오염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빅 벤드 공원의 맑은 공기를 어떻게 되찾을지 주목된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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