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상습 침수지역들 15곳 묘책없어 “하늘만”/호남피해위험 도로·축대·가옥 파악 조차 안돼/중부작년 수재시설 대부분 방치 재난 “예고”/영동영월·정선 등 11개 복구현장 불량 드러나/ 수도권승인취소 피하려 골프장 곳곳 착공 “위험”24일부터 남부지방에 상륙한 장마로 7명이 익사 또는 실종되고 수천㏊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장마의 초입에서 100㎜정도의 비가 남긴 피해이다. 앞으로 본격장마가 시작되면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예측불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행정기관들의 수방대책이 안일하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작년 장마피해가 1년이지난 지금껏 복구가 안된채 장마를 맞게된 것이다. 전국의 수해 무방비지대를 긴급 점검해 봤다.<편집자 주>편집자>
▷영남◁ 부산지역에서는 상당수 재해위험지역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상태에서 장마철을 맞아 대형사고가 우려된다.
부산시와 검찰 부산지방노동청 교통공단 등은 10일부터 재해위험이 있는 부산지역 대형사업장 84곳중 65곳을 선별, 합동점검을 실시해 50여곳에 대한 점검을 했으나 10여개 사업장은 안전점검조차 받지 않은채 장마를 맞았다.
현재 부산시가 자연재해 위험지역으로 꼽고 있는 곳은 상습침수지 15곳, 절벽붕괴위험지역 1곳, 방파제시설 1곳 등 모두 17곳이다. 그러나 상습침수지의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고 절벽붕괴위험지역과 방파제시설은 수방 공사중이거나 착공 예정이어서 이번 장마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구조물 등이 손상돼 인위재난 위험시설로 분류된 시설물도 250여곳에 이르나 대부분 안전보강 조치를 취하지 못해 재해발생이 우려된다.
또 부산 남구 용호동 삼성시장주변과 대연3동 영남제분앞, 강서구 대저1, 2동 등 15곳의 상습침수지구도 펌프장 설치나 하수단면 확대 등 개선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 장마를 맞아 연례적으로 치러온 「침수행사」를 또다시 겪을 전망이다.
경북도가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한 곳은 붕괴우려가 있는 축대와 제방, 낙석위험지역 등 총 62곳이다.
전북도는 유실이나 침수가 예상되는 도로나 붕괴 우려가 높은 축대, 가옥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호남◁ 전북도는 하루 100㎜의 비가 내리면 농경지 3,144㏊가 침수되고 130∼150㎜의 호우가 쏟아지면 5,621㏊의 농경지에 침수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있다. 또 대부분의 농업용수로에 흙이 쌓여있고 잡초가 무성해 집중호우시 침수피해를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
전남도는 올해 재해위험지구 정비를 위해 사업비 77억원을 들여 수리시설 17곳과 하천 14곳 등 37곳 1만3,391m에 대한 정비사업을 실시해 77%의 공정을 보이고 있고 축대와 옹벽 13곳과 하천 72곳 등 193개소 11만여m에 대한 위험물 정비사업을 추진중이다.
광주시는 집중호우에 대비, 상무택지개발지구 등 15개 대규모 건설공사장에 양수기와 배수 비닐을 설치하고 시 공무원을 상주시켜 재해예방업무를 담당토록 하고 있다.
▷중부◁ 충남도내에서는 지난해 수해로 부서진 시설 가운데 미처 복구가 끝나지 않은 교량과 하천등 117곳과 위험시설인 보령댐등 14개시설이 재해에 노출된 상태다.
연기군의 경우 조치원읍 봉산·죽림리등 하천과 동면 내판리 제방등이 수해우려가 높으며 남면 일대는 고정리 옹벽등 23곳이 재해위험을 안고 있다.
충북도는 3월부터 도내 재해위험지구 14곳과 대규모 건설공사장 11곳등 25곳을 수해 위험지구로 지정, 집중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침수우려 지구 2곳과 산사태등 붕괴위험 지구 11곳, 고립우려 지구 1곳등의 재해위험지구는 장마철이 시작된 현재까지 예산부족등의 이유로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해 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들 재해위험지구의 장마철 예상 피해규모는 침수 및 붕괴위험 246채에 이재민 874명, 농경지 침수는 115㏊에 이를 것으로 충북도는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장마로 유실되거나 파손된 하천중 복구작업이 늦게 시작된 충주시 주덕면 신양천등 42개 하천은 장마철이 시작됐으나 복구가 끝나지 않아 범람 가능성이 높다.
▷영동◁ 강원도는 지난해 수해를 본 2,991곳 가운데 44곳이 아직까지 복구작업이 끝나지 않았으며 영월 정선 등 11곳의 복구현장에서는 불량시공이 드러났다.
지난해 피해가 난 도로 교량 3곳과 둑 하수도 2곳 종합운동장 1곳등은 그나마 예산부족을 이유로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춘천시 사북면 지내리―화천 도로는 왕복 2차선의 절반가량이 잘려나갔으나 1년이 되도록 안전표지판도 없이 방치돼 이번 장마때 완전붕괴 가능성이 크다.
24%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속초시 교동 국민은행 연수원―고성군 토성면 용촌검문소 7번국도 확·포장공사는 산을 절개해 도로를 개설하고 있어 건설현장인 연수원 인근에 토사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이밖에 저수지 339곳 가운데 28곳이 노후로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수도권◁ 경기도내에는 지난해 집중호우로 발생한 18개 피해지역 가운데 복구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곳이 많고 미착공 또는 장기간 공사가 중단된 골프장이 사업승인취소를 피하기위해 최근 서둘러 착공해 수해가 우려된다.
경기도가 18∼22일 대규모건설공사현장 재해위험지구 배수펌프장등을 대상으로 수방대책을 점검한 결과 상당수 시설이 재해관리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산시 대부면 새방죽방조제는 54년 축조돼 시설이 노후한데다 방조제 15m는 부분적인 호안침식현상이 있어 보수가 시급하다.<전국〓종합>전국〓종합>
◎신안군 해안지대 르포/강풍만 불어와도 위태로운 방조제/대부분 해방전 일제시대 축조 “허술”/예산없어 보수율 41% “불안한 나날”
방조제를 삼켜버릴듯 2m가 넘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전남 신안군 압해면 가룡리 방조제위에서 이제 갓 모내기한 논을 바라보는 최재철씨(56·신안군 압해면 가룡리2구)의 표정은 착잡하다. 겨울 강풍이동반한 해일로 무너진 방조제가 아직 복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장마가 시작돼 농사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방조제 안에 있는 2,000평의 논이 전재산인 최씨는 작년 11월 느닷없이 불어닥친 폭풍으로 길이 600m의 방조제가 모두 유실돼 3㏊의 농경지가 바다로 변해 염분을 뒤집어 썼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겨울 가뭄이 유난히 심해 소금기를 제대로 빼내지 못했다. 최씨는 92년에도 태풍으로 둑이 무너져 다 지어 놓은 농사를 버린 적이 있다. 최씨처럼 불안을 안고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는 신안군에만 1만여명에 달한다.
다행히 최근 수년째 태풍이 모두 비켜가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겨울 강풍으로 109개나 되는 방조제가 해일로 유실된 것을 비롯, 92년 23개, 91년 18개등 매년 피해를 당했고 태풍내습이 잦았던 70∼80년대에는 피해가 더 심했다.
비단 농민뿐 아니라 2,000여명의 염전업자와 최근들어 폐염전을 개조, 새우와 어류양식을 시작한 양식어민들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안좌면 산두리에서 폐염전 3㏊를 사들여 새우 800만마리를 양식하고 있는 김남규씨(33)도 한달에 두번씩 이어지는 사리때면 방조제끝까지 올라오는 바닷물을 보며 가슴을 졸인다.
신안군 농어민들이 이처럼 여름철이면 가슴을 졸이고 있는 것은 신안군 전체 논의 90%가 넘는 8,900여㏊가 방조제를 쌓아 만든 논이지만 농경지를 지켜주는 방조제가 심하게 노후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 방조제는 대부분 해방전인 일제때 축조돼 50년이 넘은데다 당시에는 건설장비가 빈약해 갯벌과 돌을 혼합해 쌓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영산강유역개발사업등 대규모 간척사업이 추진되면서 평균 수위가 수십㎝나 높아져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들어 행정당국이 보수에 나서고 있기는 하나 신안군이 90년 이후 보수한 방조제는 기껏 181개로 전체 방조제 440개의 41.1%에 그치고 있다.
아직 손도 대지 못한 259개소의 방조제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다.
신안군의 노후 방조제를 항구보수하는데만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인 9.7%에 불과해 엄두도 못내고 있다.
전남도는 섬과 해안선이 많은 지역 특성으로 인해 방조제가 985개나 돼 전국 방조제 1,546개의 63.8%를 차지한다. 이중 안전방조제는 312개로 31.7%에 불과하고 673개가 불안전방조제로 2,2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전남도의 자체 보수예산은 연간 20여억원 뿐이다.
전남도와 일선 시·군은 지방관리방조제를 국가관리 방조제로 바꿔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바라고 있다.
현행 방조제관리법은 국가관리방조제의 지정요건을 ▲포용조수량이 1,000만㎡이상 ▲포용조수량 1,000만㎡이하 700만㎡이상이고 방조제길이가 4㎞이상 ▲포용조수량 700만㎡이하 300만㎡이상이고 방조제길이 4㎞이상이면서 수익자의 능력이 부족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나 전남의 섬은 크기가 작고 해안선이 짧아 여기에 해당되는 방조제는 37개에 불과하다.<신안=강성길 기자>신안=강성길>
◎서울시 수방대책/재개발·하천내 공사장 등 126곳 수해 취약지구로 분류 집중 감시/내달 25일까지 도로굴착 전면통제도
서울시재해대책본부가 수해취약지구로 관리하고 있는 곳은 재개발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중인 59곳, 한강과 지천등에 추진되는 하천내 공사장 61곳, 구청에서 재해위험지구 지정을 요구한 6곳등 모두 126곳.
이중 성동·성북·동대문구에서 대대적으로 추진중인 재개발사업지구는 기존 노후건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한 잔재물들이 저지대로 흘러내려가 하수구를 막을 경우 침수피해등이 우려된다. 또 지하철공사장이나 교량공사등 하천주변에서 실시하는 여러 공사도 홍수에 따른 지반붕괴, 하수 넘침에 따른 침수등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10일 지하철 5호선 여의도 한강하저터널이 67.9㎜의 적은 비에도 침수되고 18일 지하철 7호선 7―18공구앞 강남구 삼성동 진흥아파트 3동 축대가 무너져 내려 공사장을 덮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은평구 통일로변과 재개발아파트지역의 절개지 5곳과 광진구 광장동 광진교주변의 상습침수지구등은 장마때 낙석과 침수가 우려돼 재해위험지구 지정이 시급하다. 이외에도 민방위재난관리국에서는 재해위험시설물로 건축물 420곳, 축대등 일반시설물 40곳등 460곳을 관리, 서울시내 도처가 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편 서울시는 장마에 대비, 15일 재해대책본부 상황실을 본격 가동, 운영하고 각종 수방대책을 수립, 추진중이다.
시는 현재까지 205개 하수관거를 정비하고 하천 13만2,000㎥을 준설했으며 수해취약지역에 대한 정비 및 응급조치를 완료했다.
또 포장도로의 파손과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25일부터 7월25일까지 한달간 도로 굴착이 필요한 모든 공사를 통제하고 있다.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도 자체 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빗물유입을 막기 위해 2기 지하철 106개공구중 공사를 덜 마친 74개공구의 출입구를 벽돌이나 마대등으로 폐쇄하고 하수관을 정비했다.<임종명 기자>임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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