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연을 버리면 자연 역시 인간을 더 이상 품을 수 없다. 떼죽음 당한 물고기와 폐수로 썩어가는 강을 바라보면서 자연이 더 이상 위안이 되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위협을 느낀다. 자연이 예술창조의 원천이기보다 또 하나의 스트레스 유발대상으로 느껴지는 것은 참담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이처럼 현대인들은 오염되어 가는 자연환경과 복잡한 사회구조 탓으로 누구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질병을 고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음악이 이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요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헤비메탈이나 레게뮤직은 감동을 주기보다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힘이 더 있다. 템포가 빠른 댄스뮤직은 정서적 안정보다 성급함과 공격 성향의 인성을 만들기 쉽다.
「위안을 주는 음악」의 비밀은 자연에 들어 있는 「f분의 1 리듬」이라는 요소 때문이다. 잔잔한 파도소리, 산들바람의 속삭임, 반짝이는 별을 바라볼 때의 평정심이 「f분의 1 리듬」인 것이다. 같은 자연이라도 폭포소리 천둥 지진 폭풍우등 일정 궤도를 벗어난 자극은 평온함을 주지 못한다. 인간의 뇌파활동이 가장 집중적이고 깊은 상태를 「알파(α)파」라 하는데 「f분의 1 리듬」과 통하는 음악을 들으면 알파파가 발생한다. 동식물의 성장실험을 통해 그 효과가 실증된 음악활용은 음악요법에서 구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성격장애 및 신체장애인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뭉게구름 뜬 맑은 시내를 연상케 하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풍경여행처럼 느껴지는 랄로의 「스페인교향곡」, 북구적 서정의 그리그 「피아노협주곡」, 달밤의 명상같은 쇼팽 「야상곡」, 호수의 고요함인 듯한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 더없이 깊은 슬픔의 정화 「비창」, 행복한 표정의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우아하고 사랑스런 미뉴에트, 억눌린 감정의 장쾌한 울림같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강 건너 천국의 뜨락같은 말러의 교향곡…. 모두 일상의 감정찌꺼기들을 정화시켜주는 명곡이다.
올해 처음으로 문화예술진흥원이 「장애인을 위한 문화향수권」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그 의의가 실로 크다. 음악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정상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심신장애인에게 더 필요한 것임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음악을 통한 심신건강 회복은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탁계석 음악평론가>탁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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